부동산 부동산일반

부동산특위,분양원가 공개 합의 ‘무산’

정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7일 열린 제3차 부동산특위에서 치열한 논쟁 속에 민간택지 아파트의 원가공개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함에 따라 그 배경과 향방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정은 이날 회의 후 민간택지 아파트의 표준건축비 상세내역을 공개키로 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는 정부가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어서 당초 논쟁의 핵심인 '건설업체들의 분양원가 공개'와는 거리가 멀다. 그만큼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는 소리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초로 예정된 당정 협의에서도 밀고 당기는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당이 아무리 원가공개를 강하게 밀어붙이더라도 정부의 '불가 입장'이 워낙 확고해 원개공개 합의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정부-여당, 이마저도 '동상이몽'

이날 원론적 수준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해서도 양측은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여당은 표현은 '기본 건축비'지만 분양가 상한제 전체 내역에 대해 새로운 산정방식으로 샘플을 만들어 공개하는 것으로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의 강화로 인정하고 있다. 이미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공개하고 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가산비 등 7개 항목에 대해 검증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표준건축비뿐 아니라 분양가를 구성하는 택지비, 가산 비용 등에 대한 내역을 새로운 방식으로 공개한다는 것"이라며 "특정 지역을 지정해 샘플을 만들어 공개하면 이를 다른 지역에 준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당의 생각대로 택지비, 가산비용까지 손댈 경우 파급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커진다.

하지만 정부는 말 그대로 표준건축비만 상세히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택지의 땅값에 대해서는 원가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표준건축비에 대해서만 합의됐다"고 전했다. 표준건축비는 직·간접 공사비와 부대비용 등으로 분양가 구성 주요항목인 택지비와 가산비용은 빠진다. 이를 상세히 공개하더라도 분양가 인하효과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따라서 향후 표준건축비 산정 방법과 세부 항목 등에 대해 추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여당, '원가공개+상한제 패키지' 극약처방 요구

여당은 그동안 "현행 표준건축비와 가산비용 등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다"면서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앞서 이들 비용의 기준에 대해 합리적인 선에서의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땅에 대해선 결국 건드리지 못했다. 여당의 목표가 분양가 전면 공개인 점을 감안하면 입장을 많이 후퇴한 셈이다. 그러나 공개 범위와 공개 주체 등 추후 논의과정에선 정부를 강하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당은 분양가 인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이 기회에 분양가 거품을 제도적으로 차단하자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잇단 정책에도 집값을 못 잡자 이 참에 보다 파급력이 강한 정책으로 대정부 정책우위를 점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미경 위원장은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분양원가 공개와 상한제가 패키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내년 9월부터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로는 분양가를 잡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상한제는 분양가를 총량으로 규제하는 것이어서 분양업체에서 가격을 부풀릴 소지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표준건축비, 가산비용에 대한 원가가 그대로 노출되면 업체들이 초과이윤을 숨기기 어려워진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등에서 상한제를 실시했지만 실제 가격은 5% 떨어지는 데 그쳐 상한제만으로 분양가를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상한제만 시행되면 업체들이 층간 소음, 방음, 주차장 설비 등에서 가격을 낮추면서 결국 품질 저하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 하지만 원가공개를 병행하면 이러한 '편법 분양'을 차단하면서 순수하게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여당의 생각이다.

■정부 "장기적 공급 위축 우려" 반대

정부는 여당이 주장한 기본형 건축비 공개 확대를 받아들였지만 민간택지 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민간의 경우 자율적으로 선택한 택지비용을 산출하기도 어렵고 시장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로 충분한 분양가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원가마저 공개하면 '공급 부족', '건설경기 위축'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신도시 등을 통해 공급확대를 정책 기조로 잡고 있지만 자칫 민간 공급이 위축되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업체들이 기존에 유지해 온 수익구조가 깨지면 결과적으로 공급 위축을 부를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건설업체들은 분양으로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더라도 사업성이 좋은 곳에서 얻는 수익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가공개 땐 전 프로젝트에 걸쳐 기대 이윤이 낮아져 분양성이 조금만 떨어져도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간접비, 모델하우스 운영비, 금융비용 등이 다 틀리기 때문에 원가를 따지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검증기관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과연 누가 이 비용을 정확하게 검증하는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논란거리로 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ameye@fnnews.com 김성환 정영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