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2007 신년기획] 돼지는 다산의 상징 ‘재물신’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2007년 정해년(丁亥年) 새해는 돼지의 해다. 돼지해는 육십갑자 중 을해(乙亥)·정해(丁亥)·기해(己亥)·신해(辛亥)·계해(癸亥)의 다섯 번이 든다. 실제의 돼지는 저(猪)·시(豕)·돈(豚) 등을 사용하지만 상상 속의 돼지를 지칭할 때는 해(亥)로 표시한다.

돼지는 12지(十二支) 가운데 열두 번째 동물이다. 하루 중 해시(亥時)는 오후 9∼11시이며, 해월(亥月)이란 음력 10월을 말한다. 방향에 응용한 해방(亥方)은 북서북(北西北)에 해당한다.

신화에서는 신통력을 지닌 동물, 제의(祭儀)의 희생(犧牲), 길상(吉祥)으로서 재산(財産)이나 복(福)의 근원, 집안의 재신(財神) 등을 상징한다. 반면에 세속에서는 탐욕과 게으름, 우둔함을 대표하는 띠동물이기도 하다.

4∼6세기 무렵 제작된 신라시대 토우에서는 멧돼지가 많이 나타난다. 삼국시대 무덤들인 부산 복천동 31·32호 고분 주곽(主槨)에서는 말·개 토우와 함께 멧돼지 토우가 부착된 통형기대(筒形器臺)라는 토기가 출토됐다. 죽은 이를 명부(冥府)로 보내는 장송(葬送)의 의미를 돼지에 담았다고 생각된다.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아 재산을 늘리는 가축중 으뜸이다. 한국신화에서 돼지는 신을 위한 제물이면서 나라의 수도를 정해주는가 하면, 왕이 자식이 없을 때 왕자를 낳을 왕비를 알려주어 대를 잇게 하는 신통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된다.

돼지 돈(豚)의 발음이 ‘돈(錢)’의 발음과 비슷해 오늘날에도 사업 번창을 위해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거나, 돼지그림을 걸어두고 재복이 들어오길 기원하고 있다. 돼지꿈은 용꿈과 항렬이 같다. 집안에 모시고 믿음을 바치던 ‘업신’이 현실의 재물신(財物神)이라면 돼지는 꿈 속의 재물신이다. 돼지꿈을 꾸고서 복권을 사는 뿌리가 이에 있다. 상인들에게 ‘정월 상해일(上亥日)에 장사를 시작하면 좋다’는 속신이 있다. 돼지를 지칭하는 한자어 돈(豚)은 마침 돈(錢)과 음이 같아 재물과의 연관성을 더욱 높인다.

매년 연말·연초가 되면 해당 띠동물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는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주인공인 돼지들을 불러냈다.

민속박물관이 돼지띠해를 맞아 사람에게 건강과 복을 주었던 돼지의 상징과 의미를 살펴보는 ‘복을 부르는 돼지’ 특별전을 오는 2월 26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는 탐욕과 게으름의 대명사인 돼지를 복을 가져다주는 돼지로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

12가지 동물중 돼지를 응용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김유신묘 출토 납석제 돼지 상을 중심으로 고려시대 석관(石棺)과 조선말기 ‘정해기(丁亥旗)’와 같은 국가 행사 깃발 등에 숨어 있는 돼지들이 첫 선을 보인다.

새해 박물관에서 우리 문화 속에 숨어 있는 ‘복돼지’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사진설명= 납석으로 만든 돼지 조각상(통일신라)·국립경주박물관 소장

김유신장군 묘라고 전해지는 무덤 둘레에서 출토된 돼지 조각상으로, 어금니가 있는 돼지머리에 갑옷을 입고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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