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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선 팬들과 뮤지컬 ‘천사의 발톱’ 객석 만남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타와 팬들이 무대 밖 객석에서 만났다. 뮤지컬 ‘에비타’의 여주인공 배해선과 팬들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객석에 모두 모인 것이다. 스타 배해선은 몇 주 전 ‘뮤지컬라이프’가 주선한 팬과의 만남에서 좋은 공연을 함께 보자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스타는 그 약속을 이날 지켰다. 배해선은 팬들보다 더 벅찬 감정을 보였다. “제가 오히려 더 떨려요.”

이날 배해선과 그의 팬 40여명이 단체관람한 ‘천사의 발톱’은 올해 초연되는 창작뮤지컬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 게다가 배해선은 이 작품에 출연 중인 절친한 동료 배우 유준상의 공연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라이프’의 요청으로 유준상과 배해선 팬들의 짜릿한 만남도 이뤄졌다. 유준상이 공연 직전에 배해선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잰걸음으로 극장 밖 로비로 걸어 나왔다. 두 명의 스타가 함께 보이자 로비가 어수선해졌다. 여기저기서 카메라들이 스타들을 따라갔다. 공연 직전에 출연배우가 무대 뒤가 아닌 극장 로비로 나오는 건 상당히 힘겨운 일이다. 그 시간에 배우는 기도라도 하고픈 심정으로 무대 뒤에서 초조하게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 유준상은 배해선과 그의 팬들을 위해 공연 시작 불과 10여분 전에 짬을 냈다. 배해선과 그의 팬들이 미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안해, 준상 오빠.” 배해선의 한 마디에 그의 팬들까지도 유준상에게 미안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유준상은 밝은 얼굴로 배해선과 그의 팬들에게 짧은 인사를 나눴다. 그제야 팬들도 마음이 놓이는 듯 했다.

“땡∼ 땡∼”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팬들은 배해선을 따라서 모두들 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스타는 무대가 아닌 객석에 앉아도 빛이 났다. 사인과 사진 찍기를 부탁하는 팬들에 둘러싸였던 스타는 막이 올라가자 곧바로 공연에 빨려 들어갔다. 배해선은 공연 중에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10대처럼 환호성도 질렀다. 스타로서 체면치레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간혹 애타는 소녀처럼 두 손을 모으고 안타까워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열광적인 탄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날렸다. 팬들은 배해선의 그런 모습이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움찔 놀란 기색이었다. 이날 팬들은 배해선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스타도 객석에선 열광적인 팬이 된다는 사실을….

■배해선 팬들과의 토크,토크

뮤지컬 '에비타'의 주인공 배해선이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파이낸셜뉴스는 정해년 새해를 몇주 앞둔 지난 7일 '배해선 팬 미팅'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었다.

이날 미팅에 참여한 팬들은 총 14명으로 방송작가·웹디자이너·공무원·배우 연습생·소설가 지망생·대학생·샐러리맨·주부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파이낸셜뉴스가 운영중인 프리미엄 사이트 '뮤지컬라이프(www.musicallife.co.kr)에 가입한 회원들로 '팬과의 만남' 이벤트 신청자 중에서 선별됐다.

배해선이 여배우라는 점 때문인지 이날 만남에는 남자 팬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특히 일부 남성팬들의 경우 배해선과의 만남을 위해 충북 청주에서 올라오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한 직장인은 퇴근시간을 앞당겨 나올 정도로 뜨거운 애정을 표현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활동 중인 뮤지컬 동호회 '송 앤 댄스' '공보가(같이 공연 보러 가실래요)' '리뷰 앤 프리뷰' 회원들도 이번 모임에 참석했다.

페르마타(36·방송작가)=최근에 거의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하셨잖아요. 지난해에도 거의 한번도 쉬지 않고 공연을 계속 한 것 같아요. '에비타' 이후에는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나요.

배해선='에비타' 끝나고 연극에 출연할 뻔했는데 잘 안됐어요. 사실은 연극을 하고 싶어서 기다렸는데…. 개인적으로 연극적인 뮤지컬을 좋아하거든요. 오는 6월에 공연되는 '댄싱 섀도우'에선 처음으로 악역을 해요. 남의 남자를 빼앗고 마지막에 뉘우치고 가슴 아픈 역할이에요. 작품이 잘 나올 것 같아요.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댄싱 섀도우'는 지난해 6월 타계한 고 차범석 선생의 '산불'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로 배해선을 비롯해 김성녀, 성기윤, 김보경, 신성록 등이 캐스팅됐다. '댄싱 섀도우'는 오는 6월28일부터 9월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페르마타=배해선씨가 '아이다'에서 암네리스 공주 역을 맡은 공연을 봤어요. 개인적으론 '아이다' 공연을 다섯번 봤는데 의외로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으시더라고요.

배해선=저는 사실 공주가 아닌 하녀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출연한 옥주현씨가 암네리스 역을 맡고 제가 아이다를 하는 게 더 어울린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에겐 나름대로 도전의 기회였어요.

이카로스(웹디자이너·29)=그동안 출연한 작품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어떤건가요.

배해선=사실 모든 작품에 다 애착이 가요. 작품마다 나름대로 저에게 모두 소중한 이유가 있죠. 특별히 하나를 뽑기가 참 어려워요.

바람정령(대학생·24)='에비타' 공연 좋던데요. 제 경우엔 배해선씨가 공연하는 것으로 네 번, 김선영씨가 하는 것으로 네 번씩 나눠서 봤어요.

일동=우와!

'바람정령'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 청년은 배해선을 만나기 위해서 집이 있는 충북 청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게다가 그는 뮤지컬이 너무 좋아서 소설·시나리오를 쓰는 공부까지 시작했다고 해서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배해선='에비타'는 두 번 봐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맞아요. 처음보시면 '이거 뭐야'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에비타'는 압축시켜 놓은 부분이 많아요. 이 공연은 하면 할수록 놀라운 점이 참 많아요. 이 작품을 만든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매일 공연하는 데도 지겹지가 않고 항상 감동이 있는 거예요. 작품의 처음은 에비타가 죽는 장면에서 시작돼요. 그 장면에서 나오는 강렬한 음악을 들을 때마다 굉장히 강렬해서 제 몸을 누군가 꽉 끌어안는 느낌이 들어요.

또 악보는 얼마나 어려운지…. 음악감독님도 이렇게 어려운 악보는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예요. 명문대 출신 음대생들도 악보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 정도예요. 음악 연습하는 게 '에비타'에서 제일 힘들었죠. 또 '에비타'가 굉장히 연극적인 면도 강해요. 그래서 배우 입장에선 연기하기가 참 힘들었어요. 하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바우어멈(주부·35)=더블캐스팅되면 부담스럽지 않아요. 배우들끼리 서로 비교당하고 그러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배해선=솔직히 부담돼요. 하지만 비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더블·트리플 캐스팅은 우리나라에 밖에 없잖아요. 외국의 경우엔 메인 캐스팅이 하나고 나머진 커버이거나 언더스터디 캐스팅이거든요. 그래서 외국에선 이해를 잘 못해요.

좋은 점도 있어요. 남이 하는 것을 보면 내가 못하는 것을 짧은 시간에 배울 수가 있거든요. 다만 관객들이 너무 조밀조밀 서로 비교를 하는 평을 하는 것은 부담돼요. 저는 그래서 그런 평을 잘 안 보려고 해요.

일동=(침묵)

배해선=간혹 작품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리뷰만을 위한 공연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있어요. 또 어떤 분은 왜 이렇게 얼굴이 작아서 대극장 무대에만 서느냐는 지적을 하는 분도 있었어요. 눈·코·입이 몰려서 분장으로 커버도 안되는데 대극장 무대에 서느냐는 거였어요. 부모님이 주신 얼굴을 대극장용으로 뜯어 고칠 수도 없는데…. 꼭 좋게만 말해준다고 좋은 평은 아니지만 이런 평은 좀 그래요. 주관을 갖고 평을 써주셨으면 해요.

이카로스=얼굴이 작아서 안보이면 VIP석에서 보라고 하세요.(웃음)

순간(공무원)=그런 인신공격성 글이 컴퓨터에 나오면 털털한 성격이어도 계속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 같아요.

배해선=상처를 많이 받는 배우들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편하게 생각하는 편이예요. 왜냐면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이카로스=악플러(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의 댓글을 즐겨 올리는 사람)들과 싸울 때도 있잖아요. 전 그런 사람들과 싸운 적도 있어요.

배해선=일부 악플 때문에 팬사이트가 문을 닫아 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극과 관계없이 개인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조심했으면 해요. 네티즌들의 과시욕도 약간은 있는 것 같아요. '난 이런 것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논쟁을 좋아하는 분도 있잖아요.

최근 연예인들이 네티즌들의 악플에 고통스러워하는 것 못지 않게 뮤지컬배우들도 힘겨워 한다는 사실을 팬들이 알아 줬으면 한다고 배해선은 바랐다. 팬들도 배해선의 이야기에 충분히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가 다소 엄숙한 느낌이 들자 가장 연장자로 알려진 '순간'이 화제를 돌렸다. '순간'은 자신의 정확한 나이에 대해선 노코멘트.

순간=시간이 없으실 텐데 따로 운동을 하세요.

배해선=최근에 시간이 없어서 저 개인에 시간을 많이 투자를 못했어요. 이사를 하기 전 경기 분당에 살 때는 탄천변을 1시간반 정도 걸려서 7∼8㎞씩 걸어 갔다 왔어요. 또 자전거도 타고 수영, 요가, 발레, 재즈댄스 등을 시간만 나면 계속 했어요.

페르마타=말랐는데도 운동을 굉장히 많이 하시네요.

배해선=숨겨놓은 살이 많아요. 보기엔 날씬해 보이잖아요. 근데 보기보다 튼실해요. 아, 근데 음식들 참 맛있네요.(웃음)

페르마타=저는 개인적으론 뮤지컬을 보는 게 취미예요. 그런데 몇 년 되니까 가산을 탕진할 정도가 되더라구요. 아주 깊이 빠졌을 때는 한달에 티켓 값만 수십만원씩 썼던 것 같아요.

순간=아마 모두들 공연장에서 한두번씩 스쳐갔을 것 같아요.

배해선=모두들 뮤지컬 동호회 활동을 하시나요.

페르마타=전 '송 앤 댄스'라는 동호회에서 활동 중이예요. '송 앤 댄스'는 개인적으로 창작뮤지컬을 지향하는 편이예요. 동호회 회원들끼리 채팅으로 공연에 대한 대화도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임도 있어요.

이카로스=네이버 '공보가(같이 공연보러 가실래요)'에서 활동한지 3년 됐어요,

바람정령='리뷰 앤 프리뷰'에서 활동 중이예요. 전 공연 보고 난 이후에 똑같은 콘텐츠를 3곳에 올려요. 개인홈페이지, 뮤지컬라이프에도 동시에 올리거든요.

지니(대학생·20)=배해선 언니는 다른 뮤지컬 많이 보시나요.

배해선=예전에는 공연 안하는 날에 억지로 틈내서 갔어요. 요즘엔 개인적인 사정으로 많이 못 봤어요. 좋은 공연 있으면 여러분이 추천해주세요.

일동='천사의 발톱'이요.

뮤지컬 '천사의 발톱'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 일색의 작품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의 갈등과 원초적인 욕망를 다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배해선은 '천사의 발톱' 티켓을 공동 구매해 함께 보러 가자는 '뮤지컬라이프'의 요청을 흔쾌히 승낙했다. 오후 10시까지 이어진 배해선 팬미팅은 '천사의 발톱' 공연장에서의 재회를 약속한 뒤 짜릿한 만남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2주일 뒤에 배해선은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정리[email protected]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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