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현장클릭] 다단계를 위한 변명/조용성기자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25 15:28

수정 2014.11.13 16:00


A업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업체는 청국장을 만들어 판다. 맛이 기가 막히게 담백하고 구수하다. 이 청국장을 맛본 사람이라면 열에 아홉은 무릎을 치며 “바로 이맛이야”를 외친다.

하지만 A업체는 점포를 낼 여력이 없다. 할인점이나 백화점에 납품할 처지도 못된다. 제품력은 뛰어나지만 유통망을 갖출 자본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막힌’ 청국장 맛을 본 고객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자 손님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한다. A업체는 입소문을 내준 고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사례금으로 지급한다. 고객들은 좋은 제품을 주변에 추천하고 소정의 사례금도 받게 되자 신이 난다.

이런 고객들이 많아지자 A업체는 매출액에 대비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입소문을 냈는지에 따라서 사례금을 체계적으로 지급했다. A업체로 보자면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합리적인 유통방법인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유통 마진이 적으니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사게 돼 이익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영업방식은 ‘다단계’다.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영업방식이지만 A업체에는 ‘다단계’라는 멍에가 씌워진다.

청국장이 맛있다며 지인들에게 추천했던 고객들도 ‘다단계업자’라는 오명을 썼다. 몹쓸 물건을 판 ‘사기꾼’ 취급을 받은 것이다. 억울한 일이다.

현재 적법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다단계업체들의 심정이다.

이들은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다. 고용창출도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으며 우리나라 경제의 독버섯인 양 취급되고 있다.

몇몇 ‘다단계 사기’사건 때문이다. 양복 한 벌을 2000만원에 팔고 자석요를 500만원에 팔아 거액의 이득을 챙긴 불량 다단계업자들이 문제였다.

엄밀히 말하면 문제 업체나 피해 회원들이 판매하고 구입한 것은 상품이 아니다. 포인트당 발생할 미래의 이익을 사고 판 것이다. 양복이나 자석요는 투자상품에 따라오는 덤이었다.

“양복 한 벌을 2000만원에 사면 몇 달 내로 4500만원의 현금이 지급된다”는 식의 솔깃한 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남겼고 건전한 다단계업체들에도 큰 멍에를 씌웠다.

악조건 속에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다단계업체 종사자들은 “우리는 사기꾼이 아니다. 투자상품을 파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파는 제품은 품질이 좋고 저렴하다. 제발 제품을 봐 달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몇몇 구더기(다단계 사기꾼) 때문에 맛있는 청국장(다단계 업계)을 모두 버리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겠다.

/ys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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