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압박에 의료법 개정안 대폭 후퇴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들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익단체에 휘둘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24일부터 3월25일까지의 입법예고기간 중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이 제안한 내용을 반영해 개정안을 일부 변경했다고 11일 밝혔다. 개정안은 12일부터 19일까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받은 뒤 법제처의 검토를 거쳐 다음달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의사들의 강한 반발을 샀던 ‘유사의료행위 부분 허용’을 삭제했다. 실태조사가 충분하지 않고 법에 포함시키는 이득보다는 사회적 갈등에 따른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대해 의료비를 깎아주거나 면제하기로 했던 조항도 없어졌다.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의사의 의료행위를 별도 지침으로 규정하려 했던 ‘임상의료지침’도 삭제됐다.

또 의료행위에 규정했던 ‘투약’ 개념도 사라졌다. 투약 개념을 의료행위에 포함시킴으로써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하려 했지만 의사들의 반발에 아예 삭제한 것이다.

이와 함께 병원 내에 의원을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종합병원을 제외시키고 병원과 치과병원, 한방병원만 가능하도록 했다.

진료 내용을 환자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한 조항과 의사 진단 후 간호사가 ‘요양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 ‘간호 진단’은 당초 방침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사단체들은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한국간호조무사협회로 구성된 범의료 의료법비상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주요 쟁점 조항에 대해 전혀 개선의 뜻이 없음을 드러낸 만큼 정부 수정안을 거부하며,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대책위는 “정부가 의료법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고 계속 추진한다면 의사단체가 공동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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