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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민의 커튼콜] 뮤지컬 제작자에게는 저작권이 없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뮤지컬 제작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자로서의 권리가 없다고?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일반의 상식으로는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을 총괄한 뮤지컬 제작자(프로듀서)에게 당연히 저작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한다. 지난 9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한국 뮤지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법무법인 두우의 최정환 변호사(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는 “제작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이 없으므로 제작사가 공연 전체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해도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서 “제작자가 창작적 기여를 했을 경우 저작권이 일부 인정될 수는 있지만 단순히 뮤지컬의 기본 설정을 제공하거나 제작과정에서 조언을 했다고 해서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사실은 판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04년 엠뮤지컬컴퍼니가 작가·작곡가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 1995년 초연한 ‘사랑은 비를 타고’를 재공연하자 초연 뮤지컬을 기획·제작했던 원제작자가 법원에 공연금지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처분 신청인들이 초연 뮤지컬 제작 및 연출에 참여한 것은 인정되지만 저작권을 주장해 공연 금지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최 변호사는 “원작 뮤지컬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고 작가나 작곡가에게 작품을 의뢰한 뒤 펀딩에서 공연까지 모든 과정에 제작자가 관여를 했다고 해도 법은 이를 ‘창작적 행위’로 보지 않는다”면서 “제작자나 연출자가 시나리오에 깊숙이 관여한 경우 공동집필 계약을 하는 등 창작 기여 범위를 명확히 하고 창작과정을 문서화하거나 촬영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저작권 분쟁에 휘말렸던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경우도 법원은 창작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05년부터 서울 홍대앞 전용극장에서 공연됐던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연출자와 안무자가 제작사와의 재계약 분쟁 끝에 유사 공연을 따로 올리자 원제작자가 이들을 상대로 공연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종의 무언극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대본의 저작권자를 구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안무, 음악, 무대장치 등의 저작권은 제작자가 아니라 창작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이 법원의 최종 판단이다.

최 변호사는 “비보이 댄스와 같은 무언극의 경우는 저작권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면서 “저작권 분야에서는 법보다 계약이 우선하므로 제작자와 창작자들간의 계약 관계가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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