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대통령제 구조적 모순 많아
국회의 개헌논의 유보제안에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발의 계획 철회로 화답함으로써 개헌논의가 18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개헌논의의 대상이 원점부터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현행 대통령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국회의 용역 연구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보고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불일치'를 골자로 한 현행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손질하는데 그치는 '원포인트' 개헌뿐 아니라 권력구조 전반에 걸친 검토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담고 있어 차기 국회의 개헌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대통령제 모순 산적”
15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이사장 김광웅 서울대교수)는 최근 국회 용역을 받아 펴낸 ‘권력구조와 정부형태의 방향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5년 단임제의 문제뿐 아니라 △국무총리의 애매모호한 위상 △행정부의 법안 제출권 보유가 갖는 문제 △대통령선거의 ‘승자독식체제’ 등을 현행 대통령제의 모순점으로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국회의 용역 의뢰에 따라 지난해 8∼11월 연구가 이뤄졌으며 최근 최종보고서가 마무리됐다.
보고서는 “우리의 권력구조는 외형으로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운용에서는 내각제적인 속성을 띠거나 내각제의 본질적 요소들이 존재한다”면서 “그 대표적인 것이 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의 존재”라며 총리제의 개편 필요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총리의 개념을 내각제의 수상과 유사한 것으로 본다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현행 헌법상의 대통령을 생각할 때 총리의 지위는 제도적으로 매우 애매할 수밖에 없고 민주적 정당성 등의 관점에서도 현행 총리제에 많은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순수 대통령제와 달리 우리의 행정부는 의원과 마찬가지로 법률안 제출권을 갖고 있다”면서 “통계상으로도 정부 입법이 의원 입법보다 훨씬 더 많은 현실은 엄격한 권력분립을 특징으로 하는 대통령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특히 ‘권력분립’이 아니라 정반대로 ‘권력통합적’으로 국정이 운영되고 있는 근거로 ‘당정협의’를 들고 “당정협의는 입장을 협의하기 위한 모임일 뿐 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비공식 기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결선투표제, 부통령제 도입 검토해야”
보고서는 현재의 ‘상대다수대표제’ 대통령선거방식도 민주적 정당성의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효투표의 50% 이상을 얻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열려 있고 실제로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의 대다수가 과반을 밑도는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행 헌법은 대통령제이면서도 부통령직을 두지 않고 있는데 대통령 유고시 총리나 국무위원들이 대행할 수도 있으나 이들은 국민이 직접 뽑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적 정당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총리제의 폐지와 미국식 부통령제의 신설을 제안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직접선거로 뽑은 부통령이 맡는 게 대의민주주의 헌법에 부합할 뿐더러 ‘승자독식’ 문화를 없애고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극복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찬반논란이 있으나 날치기 입법의 방지, 단원제의 정파성 완화, 지방분권의 강화, 개헌절차나 탄핵절차의 이원화 등의 장점을 우리 현실에서 살릴 수 있다면 양원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수십 년 앞 내다보고 개헌해야”
보고서는 “대통령과 총리라는 상하관계는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므로 내각책임제 정부형태도 이제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면서 “대통령제 아니면 내각제라는 이분법보다는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하는 일원론적 노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개헌추진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광웅 이사장은 “단순히 권력구조 변경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수십 년 후 예상되는 사회적 변화를 미리 내다보고 개헌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 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을 지낸 김 이사장은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는 대한민국 영토조항을 ‘바다 위 인공도시’의 등장이나 ‘우주시대’의 출현에 대비해 손질하는 등 곧 다가올 미래상에 맞춰 개헌을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최승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