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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발효땐 외국자본 ‘M&A 대공세’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기업도 외국인이 헤지펀드를 통해 10조원가량만 조달하면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어요. 그만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한 게 현실입니다.”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사장의 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미국 투자자들이 내국인 수준의 보호를 받게 됨에 따라 국내 대기업이나 우량 중견기업을 노린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한·미 FTA 타결로 미국 자본이 국내 M&A 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이는 결국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노린 시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준은 극히 제한돼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에는 M&A 방어 수단인 포이즌필(기존 주주에게 신주 저가발행)이나 차등의결권제(대주주에게 1주당 2개 이상의 의결권 부여)는 아예 원천봉쇄돼 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가 대부분 철폐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주사 전환이 여의치 않은 삼성과 포스코·현대차는 물론 중견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FTA, 국내기업 적대적 M&A ‘비상’

과거 SK와 KT&G는 각각 소버린과 칼 아이칸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은 가운데 한·미 FTA 타결로 미국 자본의 적대적 M&A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하이닉스나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만도기계 등 대형 M&A 매각도 예정돼 있다.

정부는 지난 1998년 국가기간산업을 제외하고 외국인 지분 제한을 모두 풀었다. 현재까지 외국인이 50% 이상 보유하지 못하는 종목은 대한항공, 한국전력, SK텔레콤, KT, SBS, 한국가스공사 등 10개 기업에 그친다.

또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인 차등의결권, 황금주, 이사국적 제한, 포이즌필 등의 제도는 자본시장통합법에 포함되지 않아 도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 제도들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김종태 M&A 포럼 대표는 “한·미 FTA 타결로 미국의 거대자금이 국내 M&A시장에 적극 참여, 공장은 한국에 있지만 경영권은 미국계 자본이 보유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형 방어장치 도입 시급

미국의 경우 S&P 500대 기업 가운데 90%가 넘는 기업이 포이즌필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했다. 반면 국내 기업의 경우 ‘5% 공시룰’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다 보니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기업이 쏟아부는 돈은 엄청나다. 국내 대기업이 경영권을 방어를 할 수 있는 자사주 매입 규모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총 7조5367억원, 포스코도 2조8000억원이라는 돈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 이들 기업의 1년 간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로 SK와 소버린, KT&G와 칼 아이칸 분쟁 이후 크게 늘었다.

지주사 전환도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 지주사가 계열사의 지분 20∼30%(비상장사는 40%)를 소유하면 적대적 M&A 위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될뿐 아니라 금산분리원칙 때문에 금융관련 자회사를 거느린 삼성그룹 등은 전환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엑손폴리리오 조항에 따라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M&A 딜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며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적대적 M&A 방어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신현상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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