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11월21일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하면서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난이라는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현재 우리 경제는 외환보유액이 13배 급증하고 국가신용등급도 회복됐으며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는 등 외형상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일자리 문제, 양극화 심화 등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외환보유액 13배 증가 ‘외형성장’
20일 재정경제부와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지난 10년간 국제금융, 경제규모 등 외형적인 성장은 어느 정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잠재성장률, 일자리, 투자, 규제완화 등 질적 성장은 아직도 멀었다는 지적이다.
우선 금융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12월 말 204억달러에서 지난 10월 말 현재 2601억4000만달러로 13배 늘어나면서 외환보유액 국가 순위도 24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또 국가신용등급도 외환위기 당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피치), Ba1(무디스), B+(S&P)로 6∼12단계 하락했으나 S&P와 피치가 2005년 각각 A, A+로 높인데 이어 무디스도 지난 7월 A2로 상향 조정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1만1176달러에서 지난해 1만8372달러로 1.6배 늘었고 환율절상으로 올해 2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달러당 2000원 수준까지 급등하는 등 원화 가치가 폭락했지만 국제수지 흑자 등으로 지금은 900원대까지 절상됐으며 1997년 1일평균 20억달러 미만이던 은행간 외환거래도 올해 3·4분기에 230억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총 외채는 1997년 9월 1774억달러에서 올해 6월 말 3111억달러로 늘었다. 단기 외채는 805억달러에서 1379억달러로 증가했으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줄었다.
■저성장·일자리 등 아직 위기상황
하지만 이 같은 외적인 성장에도 경제성장률은 지난 1980∼1990년에 8.4%, 1990∼1997년에 7.0%의 고도성장에서 외환위기 이후 2000∼2006년에는 4.5%로 낮아지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일자리가 줄고 내수 활성화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연평균 투자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인 1988∼1997년 10.7%에서 1998∼2007년 1.6%로 급감했다. 신규 일자리 창출도 외환위 전까지 49만∼50만개에 이르렀으나 이후에는 30만개 전후로 감소했으며 올해는 29만개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과거 개발시기와 지금은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올해 우리 경제는 상저하고의 성장 흐름을 보이면서 4%대 후반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도 5%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가계의 소득양극화 지수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급격히 상승한 뒤 2005년까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지 않아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계의 재무안정성 지표인 가계부채도 1997년 기업부채의 46%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40% 수준으로 높아져 경제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양과 질이 균형을 이루는 성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규제가 경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규제완화 등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