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R&D 센터 탐방] 2부 미래기술에 승부건다 ③ 전자종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1.20 22:05

수정 2014.11.04 19:37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톰 크루즈가 살인 누명을 쓰고 지하철을 타고 도망을 치다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알리는 전자신문을 보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장면이 나온다. 접을 수 있고 휴대 가능한 전자종이 신문에 자신을 추적하는 기사가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었던 것이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자종이가 실제 우리 생활에서 곧 실용화될 예정이다. 전자종이는 유리기판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해 종이처럼 얇아 마음대로 구부리거나 접을 수가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얇고 구부러지는 특성 때문에 휴대하기 간편하다.

또 선명도가 높으며 전원을 꺼도 화면이 계속 남아 있다. 간편성이라는 종이의 장점을 가지면서도 기존의 디스플레이에 못지않은 성능을 보유한 것이다.

현재 미국 벤처회사인 E-ink, 필립스일렉트로닉스, 소니, 캐논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전자종이를 개발 중이다. 그 가운데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곳은 E-ink. 국내에서도 LG필립스LCD, 삼성전자 등이 E-ink의 전자잉크를 적용하여 구현할 수 있는 전자종이를 이미 개발한 바 있다.

■접어서 들고 다니는 전자종이

전자종이는 흰색(이산화 타이타늄)과 검정색(탄소) 입자가 가득 찬 마이크로 캡슐 수백만 개로 이루어진다. 흰색 입자는 마이너스, 검정색 입자는 플러스 전하를 띠고 있으며 캡슐 안의 입자들이 전압 방향에 따라 이동해 글자나 그림을 표시한다.

전자종이는 기존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중 특히 표면 반사형이 많고 시야각에 따른 특성 변화가 적은 장점이 있어 눈의 피로가 적다. 또 외부 신호 입력이 없는 경우에도 상이 유지돼 전력 소모량이 매우 적다.

전자종이의 발달은 우리 생활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새로운 형태의 얇고 간편한 휴대폰을 만들 수 있다. 옷과 같이 유연한 제품에 부착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일부 백화점에서는 가격표시나 판매 정보 메시지를 전자종이를 사용해 전달한다. 기술개발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전자종이는 지난 수천년간 정보의 기록 전달을 맡아 온 종이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책, 신문, 잡지 등 출판업의 유통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고 동화상 구현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기존의 디스플레이도 전자종이가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영모 수석연구원은 “종이에 익숙한 생활 습관을 다른 디스플레이들이 충족시켜주지 못해 종이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종이는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양대 산맥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

전자종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는 플라스틱 컬러 플렉서블 전자종이를 잇따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LG필립스LCD는 2005년 10월에 세계 최초 10.1인치 전자종이를 개발했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A4용지 크기의 흑백 플렉서블 전자종이가 나왔다. 그로부터 1년 만인 올해 5월 같은 크기의 컬러 플렉시블 전자종이를 개발했다. 이는 미국 E-ink사의 전자잉크를 적용해 만들 수 있는 최대 컬러인 4096색상을 표현하며 상하좌우 시야 각 180도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어느 지점에서 구부려도 정면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 화면을 구현했다. 이 제품은 전원이 꺼져도 화면이 그대로 보존되고 화면이 바뀔 때만 전력이 소모돼 전력소비가 적다. 또 0.3㎛ 미만의 초박형 제품으로 가벼우면서도 인쇄물과 같은 또렷한 화면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LG필립스LCD는 이미 전자종이와 관련한 130여개 특허를 출원했으며 초경량, 초박형 평판디스플레이의 실현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패널 전문 전시회(SID)에서 세계 최대 40인치 흑백 전자종이와 A4용지 크기의 컬러 전자종이를 최초 공개했다. 이어 지난 8월 해상도를 대폭 높인 전자종이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QXGA(2048×1536)급 해상도로 기존 흑백 전자종이보다 해상도를 3배 이상 개선했다. 또한 기존 제품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낮은 내구성과 신뢰성을 대폭 개선했다. 이를 통해 두께 0.3㎜, 무게 20g 이하, 반경 15㎜까지 휠 수 있고 종이와 같은 시인성 확보와 180도 광시야각을 실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종이는 얇고 깨지지 않아 신문이나 잡지, 교과서, 서적과 같은 출판물을 대체할 수 있는 전자서적 분야와 휴대폰이나 노트북처럼 휴대용 단말기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상용화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동영상 속도를 높이고 컬러를 구현하는 등의 제품화 기술, 표준화 등도 과제로 남아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인서플라이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보고서’에서 2004년 샘플 수준이었던 세계 전자종이 시장은 2010년까지 2550만장(1780만달러)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STEMI는 2004년부터 형성된 세계 전자종이 시장이 2010년까지 연평균 약 89.6%의 성장을 보여 기존 디스플레이의 8%를 대체 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true@fnnews.com 김아름기자

■사진설명=LG필립스LCD(위쪽)와 삼성전자 전자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