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한달새 32兆 날렸다
#사례1. 개인투자자 이모씨(32)는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1년이 갓 지난 지난해 11월부터 전업 투자자로 나섰다. 10년 동안 저축한 돈 1억원과 부모님, 약혼녀에게 각각 5000만원, 1000만원을 빌려 총 1억6000만원으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상투’를 잡은 주식들이 반토막 났고 모기업의 인수합병(M&A) 소문을 듣고 자산의 100% 가까이를 쏟아부었지만 시장의 차가운 반응과 연이은 하한가로 계좌에 2000만원만 남게 됐다. 이씨는 “조금 있으면 설날인데 고향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약혼녀와 부모님은 돈 갚으라고 성화고 다시 일을 시작할 용기는 나지 않고 죽고만 싶다”고 울먹였다.
#사례2. 직장인 김모씨(35)는 지난해 초 회사 동료가 펀드로 5000만원을 투자해 3000만원의 수익을 냈다는 말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처음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개설한 후 펀드에 1000만원, 주식계좌에 500만원을 투자했다.
주식에서 수익률이 높게 나오자 김씨는 주식투자 비용을 8000만원까지 늘렸다. 처음에는 우량주 위주로 투자를 했지만 손실이 커지자 테마주에 눈을 돌리다 결국 6000만원을 손해보고 말았다. 김씨는 “돈을 잃다보니 정신도 육체도 황폐해지고 이젠 주식시장이 신물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주가 폭락 양상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들이 수렁에 빠지고 있다.
손해액을 추정해 보면 ‘개미’들이 얼마나 당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1월 주식시장에서 허공에 날린 돈이 무려 3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직장인 1인당 월평균 급여액 212만원보다 무려 4배 이상 많은 890만원의 손해를 봤다. 넉달치 월급이 고스란히 사라진 셈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1051조7620억원에서 지난달 31일 현재 904조9770억원으로 146조7580억원이 감소했다.
2006년 말 투자자 유형별 주식보유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외국인 보유비중은 35.2%, 기관투자가 20.8%, 개인투자자 22%로 조사됐다. 허공에 날아간 146조7850억원 가운데 개인은 22%인 32조2900억원을 손해봤다. 개인투자자가 361만3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개인당 한달 동안 890만원이 증발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가, 대주주도 물론 올해 초 주식투자로 평가손을 입었다. 하지만 개인의 손실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수익률에서도 개인투자자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에 비해 더 큰 손실을 봤던 것으로 추측된다. 급락장에서 더 빠르게 손실을 봤던 만큼 리스크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개인은 매도 타이밍을 잡기가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들은 거래소와 코스닥뿐만 아니라 제3시장과 장외주식 시장 등에서도 큰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총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개인투자자가 유례없는 손해를 입었다”며 “주가가 매도타이밍을 주지 않고 계속 하락해 개인은 팔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강문성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의 자신감이 지수와 함께 깨졌지만 이익을 보기보다 손실을 줄이는 전략을 생각해야 할 때”라며 “투매에 동참하기보다 기술적 반등이 있을 때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h21@fnnews.com 이창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