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동작을 ‘재벌 아들’ 對 ‘서민 아들’ 싸움?

최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9 10:28

수정 2014.11.07 10:29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지난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서울 동작 을 대결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린 가운데 두 후보의 인생역정이 큰 대조를 이루면서 ‘재벌의 아들’ 대 ‘서민의 아들’의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 전 장관은 정 최고위원의 유복했던 성장환경과 서민층과는 어울릴 수 없는 재력가라는 점을 집중부각시킨다는 전략인 반면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화려한 이력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서민에 친근한 이미지를 살려나가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앞다퉈 언론인터뷰를 갖고 출신배경에 대해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정 전 장관은 1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자신은 자수성가한 반면 정 최고위원은 현대그룹을 창업한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탄탄대로’ 인생을 살아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제가 살아온 길은 제가 노력해서 이룬 것이지 아버지의 도움을 받거나 그런 건 아니다”면서 “평범하게 학교 졸업하고 취직해서 열심히 살다 보니까 (TV 앵커 같은) 기회를 얻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 최고위원은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할 정치인이 될 수 없음을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이 전날 “정 후보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방송 앵커를 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여당 의장과 장관을 지내지 않았느냐”면서 “그렇게 중요한 직책을 한 분이 평범한 보통사람이라고 한다면 저도 당연히 거기에 집어 넣어줘야 한다”고 문제 삼은데 대한 정면반박이다.


서민 출신이 서민의 이해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는 정 전 장관의 논리에 대해서도 정 최고위원은 “발모약을 탈모증세가 있는 대머리가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 답답한 논리”라고 공박했다.

이에대해 정 전 장관은 “동작 을은 서울의 평균적인 선거구”라면서 “재래시장 같은데서 듣는 시민들의 고단한 삶의 얘기를 듣다 보면 제가 과거 평화시장에서 옷 장사하면서 먹고살았던 시절의 얘기와 닿아서 마음을 찌르르하게 오는 게 있다”면서 “바로 그런 점에서 살아온 길이 다르고 이분들의 그런 아픔을 잘 대변할 수 있겠다는 뜻”이라고 받아쳤다.

두 후보의 인생역정은 하늘과 땅 차이에 가깝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 최고위원은 2003년 이후 4년간 최고 재벌의 자리를 지켰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제치고 배당수입 1위를 차지한 한국 최고의 재산가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현대계열사들이 몰려 있는 울산에서만 5번씩이나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나 경제적 위상과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배경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정 전 장관은 귀공자풍 외모와는 달리 가난을 딛고 유명 앵커로 성공한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17세의 약관의 나이에 아버지가 별세한 뒤 가세가 기울어지자 군복무 후 어머니와 함께 서울 평화시장에 옷을 팔아넘기는 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지난 95년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뒤 여당 대표를 두번씩이나 역임했다.

/rock@fnnews.com최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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