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건설사 부실 ‘뇌관’ 터질라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건설업체 신용등급은 모른 체 하는 게 약.’

신용평가사 관계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떠도는 얘기다.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업체들의 신용등급 조정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미분양 등의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업체들의 부실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건설업체들의 신용등급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는 건설업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경우 국내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건설사 신용등급은 한국경제의 또다른 뇌관’인 셈이다. 한번 터지면 건설업계는 물론 저축은행, 캐피털, 시중은행 등 금융권까지 도미노 부실 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규모는 10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설업체 신용등급 조정은 뇌관

29일 증권업계 및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건설업체 신용등급은 ‘건드리면 터지는 뇌관’으로 빗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 조정과 관련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으로 BBB+ 이하 신용등급이 매겨진 건설업체 수는 52개사다. 이 중에서 투자등급 마지노선인 BBB-를 받고 있는 22개사를 포함해 BBB(BBB+,BBB,BBB-)에 해당하는 건설업체 수는 41개사에 달하고 있다. 이들 BBB 신용등급 건설업체의 경우 미분양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지방 건설업체들이 상당수를 차지해 신용등급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 지방 건설업체의 경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곧 부도 선고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져 건설업체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소지가 높은 상황이다.

모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신용평가사들은 건설업체들에 신용등급을 아예 주지 않고 있는 데 솔직히 말하면 등급을 못 준다고 보는 게 맞다”며 “등급을 내리면 건설업체로서는 부도 선고나 마찬가지라 (신용평가사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건설업체의 실적 부진에 따른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건설업체 채권 및 CP 차환 어려움 및 건설업체 자금조달 비용 상승→건설업체 재무상황 악화→신용등급 하향→건설업체 도산→부동산PF 부실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 클리프(Credit Cliff)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크레디트 클리프는 재무약정의 위반, 기업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기업 신용도 악화가 심화되는 현상으로 크레디트 클리프에 빠지게 되면 기업은 유동성 및 사업 전반에 걸쳐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금융 리스크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전체 부동산PF 규모를 100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 데 이중 은행 비중은 70% 이상이며 지방 건설업체 비중은 전체 부동산PF의 50% 정도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월 기준으로 부동산PF 규모는 89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업체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부동산PF 부실로 이어져 캐피털사, 저축은행, 은행 등 국내 금융사 대부분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만기도래하는 부동산PF를 시장에서 차환상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부실 위험을 떠안고 부동산PF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BBB- 이상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은행권이 PF 만기 연장을 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부동산금융 리스크가 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은행들의 부동산PF 만기연장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부동산PF 부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야 하는 데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좀처럼 회복되기 힘든 상황이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서 그곳에 묶인 금융이 풀리면 되는 데 지방 건설업체들은 해법이 없다. 손실을 인식하고 터트릴 것은 터트려서 정리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지지부진하게 1∼2년 끈다고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실한 건설업체 한두 곳을 정리한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건설업체들이 너무 많아 한두 군데로 그치기보다는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부실 우려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건설업체의 도산은 연세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