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롯데百 베이징점 ‘호된 신고식’

고은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1 18:15

수정 2014.11.05 12:22



롯데백화점이 지난 8월 1일 중국 베이징 왕푸징거리에 백화점을 오픈한 지 2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매출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입점했는데도 이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00∼3000위안(원화 30만∼45만원)에 불과하다. 국내의 동네 슈퍼마켓에도 못 미치는 매출이다. 올림픽이란 특수성과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인해 광고나 판촉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고 주변 백화점들도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급감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1위 백화점으로서는 초라한 매출이다.

롯데백화점은 해외 진출의 어려움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미 체험했다.


롯데백화점 ‘해외 1호점’인 모스크바점은 개장 이후 명품이 입점하지 않아 1층이 텅 빈 상황에서 영업을 해야 했다. 대한민국 최고 ‘유통지존’이라는 롯데백화점의 체면이 구겨진 것은 물론이다.

연이은 해외 백화점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롯데백화점은 2015년까지 중국 내 20여개 도시에 매년 1개 이상의 백화점을 개설, 30개의 점포를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내 외자 백화점으로서는 대만계인 태평양이 11개 점포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의 이세탄백화점이 6개 점포로 2위다.

그러나 롯데의 중장기 계획이 진출 초기의 고전으로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중국시장의 경우 1990년대에 진출한 일본 백화점들이 고전을 거듭하다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1992년 일본기업으로는 중국 상하이에 맨 먼저 백화점을 낸 일본의 야오한은 도산해 철수했고 이어 진출한 일본 백화점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세탄백화점은 지난해 9월 한개 매장을 철수한 데 이어 오는 11월에 상하이 점포를 철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대규모 출점계획을 단행하는 것은 일본업체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준비 부족은 중국 1호점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먼저 롯데백화점이 들어선 왕푸징 상권은 유동인구가 많지만 지하철 왕푸징역에서 가까운 왕푸징백화점이 가장 상권이 좋고 롯데 베이징점은 맨끝에 위치하고 있어 가장 입지 경쟁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롯데는 산둥성에 있는 톈진과 랴오닝성의 선양을 백화점 후보지로 선정했는데 이마저도 너무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과 톈진 등은 한국인이 많고 친숙한 지역이지만 동북시장의 경우 매장을 오픈하기가 그만큼 수월한 만큼 실속은 분명히 없는 시장”이라며 “저장, 강쑤 등 핵심지역 출점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롯데와 합자한 중국 은태그룹의 경쟁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현지 유통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은태그룹의 경우 12개가 넘는 매장 중 실제 수익을 내는 매장은 3∼4개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양사가 시너지를 잘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백화점은 고급계층을 공략해야 하므로 브랜드파워가 중요한데 아직까지 중국에서는 ‘롯데’라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안세영 롯데백화점 베이징점 법인장은 “아직 중국에서는 롯데가 식품회사로 알려져 있어 롯데백화점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언론을 상대로 홍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진출만이 능사가 아니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중국 소매시장이 최근 10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특히 상류층의 고급 소비수요가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어 시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500만명 이상 도시가 20개가 넘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다점포화 전략이 들어맞는다”고 덧붙였다.


/scoopkoh@fnnews.com 고은경기자

■사진설명=롯데백화점이 지난 8월 1일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 오픈한 중국 1호점의 전경. 영업이 활성화되지 못해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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