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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공공기관 지정..“공익성 필요” vs “시장경제 역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14 22:37

수정 2009.01.14 22:37



증권선물거래소(KRX)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정부는 거래소가 독점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사실상 공적 기관임에도 제대로 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공공기관 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거래소 측은 민영화된 주식회사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헌법상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반한다며 위헌소송까지 제기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 김성수 연세대 법대 교수, 정호경 한양대 법대 교수, 임재연 성균관대 법대 교수,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 교수 등 학계 전문가와 좌담회를 갖고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법리적 쟁점과 각종 논란에 대해 짚어 봤다.

전문가들은 좌담회에서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은 주주와 법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거래소는 내부적으로 시장감시위원회를 통해 감시견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증권선물거래법, 자본시장통합법 등 개별법을 통해 충분히 공익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좌담회는 13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국제회의장 소회의실에서 본지 이장규 증권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회=이장규 증권부장

▲이장규 부장=거래소는 상법상 주식회사로 100% 민간기업이다. 민간기업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데 법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호경 교수=거래소는 법령에서 특별히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증권선물거래소법 제3조와 자본시장통합법 제374조에 따라 상법상 주식회사 규정이 적용되는 사기업인 주식회사다. 거래소는 주식회사로서 모든 주식을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순수한 사기업이기 때문에 공공기관법상 공공기관의 지정대상이 아니다.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은 헌법상 경제질서에 위반되고 주주와 법인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등 위헌적 공권력 행사에 해당된다. 따라서 1차적으로 공공기관 지정행위 자체가 위헌성을 갖고 있으며, 지정 근거가 되는 공공기관법 해당조항까지 위헌에 해당된다.

▲김성수 교수=법은 상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래소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법적으로 주식회사다. 정부의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방침은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한국이 관치금융을 벗어나 동북아의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로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거래소를 민영화한 입법적 결단이 있었다. 이러한 근본적인 입법의 방향성과 원칙은 후속입법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바로 체계정당성 원리 때문이다.

▲이 부장=거래소가 사기업이지만 투자자보호, 증권거래의 안정성 및 효율성 보장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거래소의 공익성을 어떻게 담보할지도 과제다.

▲권영준 교수=100% 주식회사임에도 거래소는 지배구조상 독특한 기구를 두고 있다. 바로 시장감시위원회다. 내부의 금융감독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독립된 기구로 투자자보호, 감시견제장치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일종의 내부 칸막이인 셈이다. 국가에 따라 내부, 외부에 두는 등 약간의 차이는 있다. 대부분의 외국 거래소도 이러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 충분한 공익성을 담보하고 있다. 문제는 임직원 인사, 이익배당 등 집안살림 자체에 공익성을 부여하겠다는 점인데 공익성은 지배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가 개설한 시장에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김 교수=투자자보호 및 주식과 선물거래의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려는 공익과 그로 인한 거래소의 공공적 성격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공익성의 확보는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이 아닌 거래소법과 자통법 등 개별법에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

▲성낙인 교수=시대적 흐름은 사기업 형태로 가는 것이다. 서양과 달리 한국은 일종의 관치경제질서에서 시장경제질서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거래소가 전형적으로 국공영 시스템에서 사영 시스템으로 이행해 가는 헌법상 경제질서 작동과정과 연계되는 모델이 됐다. 과제는 거래소가 투명성, 신뢰성에 더해 결정적으로 공익성을 얼마나 담보할 것이냐다. 거래소는 내외부적인 통제장치를 두고 있다.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정치적, 관료적 문제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본시장의 꽃인 거래소는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 부장=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법률적 근거인 ‘정부지원·위탁·독점기관(독점적 사업이 총수입 50% 초과 기업) 등에 대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거래소가 독점권을 통해 수입을 얻기 때문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데.

▲임재연 교수=증권거래법 제정당시에는 거래소가 개설한 시장 외에서의 거래인 장외거래를 금지하는 조항을 뒀다. 1976년 12월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이 조항을 삭제하고 장외거래를 인정하는 근거조문을 신설한 이후 법률상 거래소의 독점적 지위는 인정되지 않았다. 국내시장에서 장외거래 비율이 42%에 달하고 있다. 채권시장은 장외거래분이 78%나 차지한다. 해외거래소와의 관계를 살펴봐도 국내 우량 대기업이 세계 각국의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각국 거래소마다 유치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해외거래소에 복수 상장된 종목은 해외에서도 매매가 가능하며 KRX에서만 독점적으로 매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KRX를 독점적 사업자로 볼 수 없다.

▲이 부장=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주주권한의 핵심인 경영진 선임권 등이 정부로 넘어가 의결권이 상당히 축소된다. 보통주에서 우선주로 전락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주주의 재산권 침해 소지는.

▲정 교수=전적으로 민간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공공기관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경우 주주 의결권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거래소 이사장과 임원 임면에 관한 의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과 없는 주식의 경제적 가치는 상당한 차이를 갖는다. 임원의 선임권이 바로 주주에게 있어서는 재산권의 행사라는 점에서 공공기관 지정은 주주의 재산권 제한에 해당한다. 주주의 재산권 침해뿐만 아니라 법인으로서의 기업(거래소)의 재산권도 침해한다. 기업에 대한 소유와는 별도로 경영권 자체에 중요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고 경영권 보호, 경영권 통제 등 경영권은 그 자체로 중대한 경제적 가치를 갖는데 거래소의 공공기관법 적용은 기업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부장=글로벌 경쟁체제에 나서야 할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현실적으로 어떤 득실이 있나 .

▲임 교수=선진국에서 주식회사제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분류하거나 경영에 정부가 관여한 사례는 없다. 70∼80년대 전 세계 거래소가 주식회사화, 영리화 및 기업공개(IPO), 상장기업화로 완전한 민간 영리기업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자본시장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게 된다. 또한 공기업화할 경우 경직되고 보수적으로 운영돼 궁극적으로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실현정책에도 막대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권 교수=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가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외국인의 신뢰 저하도 우려된다.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경영간섭은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추락 및 시장 기피 요인으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KRX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경영하는 거래소로 인식돼 정부의 경영간섭을 원치 않는 외국 거래소와의 업무협력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도 역행하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복수거래소 정책과도 모순된다.

/정리=ch21@fnnews.com 이창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