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에도 강간죄 성립” 부산지법
【부산=노주섭기자】부부 사이 강간죄 인정 판결이 처음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16일 아내와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특수강간)로 불구속 기소된 A씨(42)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집에서 생리 기간이라며 성관계를 거부하는 외국인 아내를 흉기로 협박,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다.
재판부는 “폭력 등으로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지 않는 상태에서 폭력을 수반한 부부 성폭력은 일반적 강간죄와 다를 바 없다”며 “가정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부부 사이의 성적 폭력은 법률로 즉시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부부 강간죄 성립을 부정한 지난 1970년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성관계를 전제로 한 부부의 동거 의무보다 혼인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장을 더 존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A씨는 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키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4년 서울중앙지법은 이혼 기로에 있던 부인을 성폭행한 남편에 대해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적이 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부부강간 뿐 아니라 부부문제가 치외법권 영역에 있는지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헌법상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을 통해 부부생활이 국가의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아동학대와 가족간의 폭력 및 근친간에 야기되는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부강간도 국가가 개입해 혼인관계가 파탄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강간 자체로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된 것이며, 국가는 사회의 구성단위인 가정을 이루는 부부 사이에서 발생한 성적 폭력사태를 헌법원리와 정의관념에 입각해 사후수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남편은 아내를 성적으로 함부로 대해도 된다든지 ‘부부강간은 면책’이라는 과거의 그릇된 생각은 모든 사람의 권리의식이 보편화된 문명시대에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는 역사의 잔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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