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산분리법은 지난해 말 여당과 야당을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했던 5대 쟁점법안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오는 2월 임시국회 ‘2차 입법전쟁’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일부 시민단체나 경제학자들은 ‘산업자본(재벌기업)에 대한 은행의 사금고화’, ‘금융위기 악화 심화’ 등을 거론하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이에 찬성하는 재계는 ‘은행산업의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충분한 안전장치 마련’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한지, 문제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주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을 초청해 얘기를 들어봤다.
<사회=송계신 정치경제부장>
▲송 부장=정부가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보유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정치적·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주현 국장=합리적으로 풀어야 할 경제문제가 국민들의 ‘반재벌 정서’와 연계해 정치 이슈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나라만 재벌에게 은행을 주려 한다’는 식의 논리가 쏟아지고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 소유를 10%로 늘리고 사전 사후 감독을 강화하는 금산분리법 개정안은 어떤 면에서는 1933년부터 금산분리 제도를 유지해 온 미국보다 엄격하다.
▲김우찬 교수=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확대를 통해 ‘은행 대형화’, ‘자본의 질적 수준 개선’, ‘글로벌 은행 출현’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은 규제산업, 즉 창의성을 발휘해 공격적으로 사업하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산업이며 은행이 어려울 때 산업자본이 자본을 공급해 주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산업자본이 제조업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고 해서 은행 역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거나 해외진출이 더 쉬워진다는 논거는 이해되지 않는다.
▲송 부장=현재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은행주식 보유규제 완화의 적절성 문제와 함께 규제 완화가 오히려 위기를 더 증폭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윤창현 교수=지분보유 자체와 그 중 10%만을 가진다는 것은 다르게 봐야 한다. 10% 보유로 완화하고 사전사후 감독을 강화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으며 따라서 완화정책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20∼30% 등으로 보유지분 소유를 완화한다면 다르게 봐야 한다. 특히 금융위기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큰 관계가 없다.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 교수=부실대출 증대와 은행위기의 가능성을 지적할 수 있다. 실물경제가 고정돼 있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은행 대형화는 부실대출의 증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은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은 아무리 경영을 잘못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은행 주주들의 도덕적 해이가 엄청나게 높아지고 고위험 투자를 할 요인이 커진다. 결국 산업자본 진출 확대로 은행 대주주가 생기게 되면 은행경영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송 부장=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은행에 대한 일부 재벌기업의 사금고화 아닌가.
▲김 국장=대주주에 대한 사전적·사후적 감독제도 보완으로 사금고화는 사실상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자본만 다른 나라보다 부도덕하고 우리나라 감독당국만 다른 나라보다 무능하다는 전제에 기초한 주장일 뿐이다. 일부 저축은행(과거의 신용금고)의 경우 대주주 관련 사고가 있었지만 은행의 경우 내부통제나 지배구조, 감독수준을 저축은행과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
▲김 교수=감독의 역량과 의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감독 역량은 여건이 되지만 의지에 있어서는 매우 회의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특정집단에게 경제력 집중이 더 가속화되면 법과 제도마저도 이러한 집단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금융감독당국이 제대로 된 잣대를 세울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송 부장=대형은행들의 경우 수수료 따먹기 등에 주력하다가 위기를 맞곤 했다. 특히 감독당국이 은행경영과 관련해 철저하게 사전·사후 관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철저한 규제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나중에 더 힘들어 질 수 있다.
▲윤 교수=시민단체들의 힘이 커졌다. 인력이나 전문성, 연구 및 재정능력도 한껏 늘어났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견제와 감시, 리스크 관리 기능 등을 수행하는 역할들이 많다. 정부 역시 그동안 정책적 기조를 브레이크 기능을 키우는데 주력해 왔다. 결국 엄청난 브레이크 기능들이 작동을 하기 때문에 이번 금산분리 규제완화는 새로운 정책과 투자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김 교수=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미국의 경우 15% 이하인, 최대주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사선임수 제한 등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최대주주에만 적격성 심사를 적용하고 있다. 2대 주주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브레이크 기능을 완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은행이어야 하는가. 은행은 보수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김 국장=국내 자본이 은행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넓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10%라도 해서 거부감만 갖지 말고 제도적으로 길을 터놓자는 의미다. 10%가 됐을 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모든 제도는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한다. 4%로 묶어 놓을 필요가 없다. 제도적으로는 사전에 감시하고 제동 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놨다.
▲송 부장=일부 연구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는 보편적인 현상이 아닌데 우리나라만 유독 세계 흐름과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지적도 있다.
▲김 국장=이번 개정안은 산업자본이 10%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만든 것이 아니다. 정부의 입장은 10%까지는 문제가 없고 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여러 대책을 만들었다. 긍정적인 효과와 부작용이 있지만 10%까지 지분보유를 허용하고 감독을 강화하면 필요한 자본이 탄력적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부에서 10%의 지분보유를 갖고 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본질을 왜곡한 것이다.
▲김 교수=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세계 100대 은행 중 산업자본의 지분 합계가 10% 이상인 은행은 18개에 불과하다.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산업자본의 은행소유가 허용되는 국가에서조차 산업자본 지배하의 은행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결국 산업자본의 은행소유가 바람직한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송 부장=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려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김 국장=규제를 완화하면 해당 산업은 커진다. 시스템 등이 복잡하게 되니까 사고날 가능성도 커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듯이 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것은 미리 준비를 해 놔야 기회가 왔을 때 바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 금융시장은 변화속도가 매우 빨라 문제를 인식하고 법을 고치는 절차에 착수하면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다.
▲윤 교수=최근 미국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본 보유를 15%로 늘렸다. 뉴머니가 들어올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어떤 규제는 강화시키고 어떤 규제는 완화시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왔다고 해서 금융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식의 인식은 문제가 있다. 규제완화의 종류와 질적인 수준을 따져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금융위기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연결시키는 것은 인과관계가 약하다고 본다.
▲송 부장=산업자본이 단순투자 목적으로 은행지분 10%를 보유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는데 기대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만 더 키우는 것은 아닌가.
▲김 국장=지금의 사회적인 문화를 봐야 한다. 산업자본이 10% 은행지분을 가지는 것에 대해 자신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엄청나게 까다롭게 돼 있는 규제를 피해서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제도이든지 시도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시도도 안해 보고 어떻게 발전이 있을 수 있겠나.
▲윤 교수=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진출을 일종의 ‘뜯어먹기냐, 키우기냐’로 본다면 최근의 논란은 뜯어먹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것을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 산업자본이 10% 은행지분을 활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가 있겠지만 이를 막으려는 감독당국의 조치가 있을 것이다. 뜯어먹을 가능성을 시나리오별로 나열해서 주장하면 ‘정말 큰일 나겠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제도가 돈 벌기 위해 은행을 이용해 잘 해보자는 취지를 생각하면 전혀 다른 결과나 나온다. 지금은 ‘뜯어먹기’보다는 ‘키워먹기’도 고려해야 한다.
▲김 교수=키워먹기도 두 종류다. 은행은 예금자 보호가 돼 있다. 주주입장에서는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없다. 정부가 위기가 있으면 유동성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도덕성 결여가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주주가 분산돼 있으면 이런 문제가 없지만 대주주가 있으면 고위험 투자행태가 나타나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
▲송 부장=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산업자본이 은행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면 산업자본이 굳이 조(兆) 단위의 자금을 은행에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요.
▲윤 교수=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기업들에 돈이 쌓여있고 투자대상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산업자본이 은행산업에 쉽게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금융산업에 돈을 투입하면 오히려 산업자본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잘 하지 못하면 회사 이미지는 엉망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공을 시키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김 교수=은행경영에 당장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더라도 선점효과 때문에 출자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기간 내 3단계 금산분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은행을 인수하려는 산업자본이 이미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인수할 경우 높은 프리미엄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여부에 관계없이 지분이 4%만 넘으면 무조건 적격성 심사를 해야 한다.
▲윤 교수=산업자본이 은행지분 보유를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지 않고 묶어 놨었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 완화는 이런 것들을 풀어 주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길을 닦아 놓자는 취지로 봐야 한다.
/정리=shs@fnnews.com 신현상기자
■사진설명=파이낸셜뉴스가 최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한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계신 파이낸셜뉴스 정치경제부장,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주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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