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더 뮤지컬]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정략 결혼을 코 앞에 둔 줄리엣은 로랑 신부를 찾는다. 로미오와 함께 있고 싶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그는 소녀의 애원이 끝나기도 전에 준비된 약을 건넨다. 가사(假死)에 이르는 비약이다. 대책을 궁리하는 기색이나 철부지에게 위험한 약을 주는 데서 느낄 법한 망설임은 전혀 없다. 대부분의 관객이 줄거리를 안다해도 이건 좀 허무하고 어색하다.
세익스피어가 낳은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나 익숙한 콘텐츠다. 1597년에 태어나 초월해 오페라, 교향곡, 발레, 뮤지컬, 연극으로 수없이 재생돼왔다. 덕분에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쉽게 예측하고 따라잡을 수 있다.
문제는 배우들조차 이를 인식할 때 생긴다. 반사적으로 화를 내고, 당연하게 울어버리는 모습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니까 용납될 뿐이다. 만약 이 작품이 창작물이었다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거나 배우의 연기력이 도마에 올랐을 것이다.
추측컨대 이 작품으로 행복해할 관객들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20만원짜리 VIP석, 15만원짜리 R석, 가장 저렴한 좌석도 6만원이나 되는 티켓값을 선뜻 지불했을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들은 커튼콜 때 모습을 드러낸다.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송이 이어지기 무섭게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무대를 에워싼다.
그들 중 대부분은 2007년 첫 내한 때 마음을 빼앗긴 이들이다.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르그, 벤볼리오 역의 씨릴 니콜라이는 여성팬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을만큼 매력이 넘친다. 팬들은 2년만에 다시 만난 스타 앞에서 수줍음과 반가움을 아낌없이 드러냈고 엉거주춤 객석에서 일어난 초심자들은 그제서야 이 공연의 진가를 깨닫는다.
듬성 듬성한 극이 주는 아쉬움은 크지만 탁월한 넘버는 이를 달래고도 남는다. 단순히 ‘멜로디가 좋다’를 넘어 음악을 활용하는 재주가 남다르다.
이 작품에서 절절한 아리아는 주인공의 전유물이 아니다. 주변인으로 보이는 영주와 유모, 때론 악인으로 취급받는 인물에게까지 독무대를 마련한다. 사랑을 방해하는 줄리엣의 아버지에게도 마이크를 넘기니 주조연 할 것 없이 빛을 낸다.
극과 넘버의 내용이 겹치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연인들이 실컷 사랑을 속삭이고 난 뒤 이어지는 노래 역시 사랑에 관한 것이라면 너무 지루지 않은가. 간략한 대사와 함축적인 노랫말은 릴레이 방식으로 희노애락을 주고받으며 러닝타임을 채운다. 이 작품은 다음달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볼 수 있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