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일키의 경제 산책] 아시아 경제는 침묵중/ICE 아·태지역 본부장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이 내려다보이는 내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건설현장의 소음이 들린다.

1년 전만 해도 이 소리는 번영을 상징했다.

그렇지만 지금같은 경기상황에서는 경기붕괴 이전에 시작한 프로젝트를 어쨌거나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소리로 들린다. 개발업자가 얼마나 손에 거머쥘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싱가포르는 두바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온갖 건축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는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철인 MRT(Mass Rapid Transit)의 지속적인 확장사업, 종합리조트 건설사업, 싱가포르 특유의 완곡한 표현법인 카지노 기반 개발사업, 사무실 빌딩, 아파트단지 건설 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들 건설현장 가운데 상당수에서는 이제 정적만이 감돌 뿐이다.

해외에서 들어온 이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완전히 철수하면 새 사무실과 아파트를 채울 사람이 심각하게 부족해지는 사태가 빚어진다.

어제 점심에 쇼핑거리 오차드로드에 새로 들어서는 쇼핑몰 개발 관계자를 만났다.

싱가포르에 와 본 적이 있는 이들은 알겠지만 오차드로드는 쇼핑 천국 같은 곳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거리에 프라다 상점 3곳이 동시에 들어서 있는 나라는 이곳밖에 본 적이 없다.

그 관계자가 프로젝트에 대해 말했을 때 우리는 모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싱가포르에 지금 또 다른 쇼핑몰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내가 앞으로 석 달이나 더 일 할 수 있게 될지 누가 아느냐”고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놨다.

최소한 그는 매일 출근할 직장을 가진 것이다.

최근 일자리를 잃은 내 친구 하나는 열심히 셈을 하더니 싱가포르에서 1년간 일자리를 찾아다니느니 발리에서 1년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그편이 비용도 적게 먹힐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적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경영학석사(MBA) 학생이 무보수 일자리조차 찾기 어려운 때 1년간 발리에 나가 재충전하면서 경기회복을 기다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이다.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고 중국은 이제 소의 해를 맞이했다.

중국에 전해 내려오는 바로는 소는 꼼꼼하고, 차분하며, 열심히 일하고, 믿음직하고, 참을성이 많다는 특성이 있다. 1년간의 경제적 혼란기를 헤쳐나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특성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나는 더 소같이 살기로 다짐한다.

실용적이 되고, 꼼꼼해지며, 사람과 경제가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적어도 소득 증가는 아니더라도 소득 안정으로 연결될지를 자세히 관찰할 생각이다.

또 이런 행동이 아시아 경제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감정 이입은 흔히 폄훼되고는 하지만 꼭 필요하다.

비록 내 새 친구가 자신의 일자리가 불안하다는 점을 말했을 때 함께 웃어버렸지만 나는 그와, 또 일자리가 거의 확실하게 사라질 수밖에 없는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과 느낌을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의사, 간호사, 경찰 또는 선생님이 아닌 이상 경기침체기에 일자리 안정성은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마나 소처럼 많은 것을 이뤘든지 간에 말이다.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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