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원종원의 올댓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의 소도시 베로나는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인파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 때문이다. 작가적 상상력으로 꾸며낸 이야기임에도 도시 곳곳엔 마치 실재했던 역사적 사실처럼 여러 흔적들이 널려 있다. 사랑의 밀어를 나눈 테라스, 로미오의 집, 공동묘지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볼거리들이 넘실댄다. 한 편의 소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내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비즈니스 감각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비단 베로나만 이런 시도를 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여러 문화산업의 단골 소재로 널리 쓰여 왔다. 오페라나 발레, 연극은 두말할 나위없고 국내에서는 특히 올리비아 핫세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던 스크린용 영화들이 인기를 누렸다. 뮤지컬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이리저리 이야기를 비틀고 변형시켜 성공한 경우도 있는데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그런 사례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를 그 모습 그대로 차용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경우는 아마도 요즘 내한공연 중인 프랑스산 뮤지컬이 대표적일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와 더불어 3대 프랑스 뮤지컬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2001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됐다. 화려한 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조명과 의상, 스타 작곡가인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의 대중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뮤지컬 넘버들은 프랑스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하며 좋은 흥행을 기록했다. 소설을 무대에 단순히 재연하는데 만족하기보다 캐릭터마다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연출 방식을 통해 식상해 질 수 있는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탈바꿈시킨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됐다.

이번 내한 공연은 지난 2007년의 첫 국내공연 때와 여러모로 흡사하다. 다만 프랑스 초연 때와 차이가 있다면 콜로세움을 연상케 하는 투어용 세트의 등장(실제 베로나를 가면 이 야외경기장이 큰 볼거리다)과 그 때 그 꽃미남 ‘오빠’가 이젠 잘 빠진 ‘아저씨’가 됐다는 점 정도다. 흔들거리며 엉성해 보이는 무대, 간혹 빈 곳이 보이는 짜임새 약한 공간 연출, 공연 취소 해프닝을 빚었던 기획사의 부주의 등이 아쉽긴 하지만, 일단 노래가 시작되면 어지간한 결점은 잊게 만드는 음악적 매력이야말로 이 작품 최고의 미덕이다. 또 시작부터 로미오의 주변을 맴도는 ‘죽음’의 이미지나 강렬한 카리스마로 베로나를 외치는 대머리 영주의 풍부한 성량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커튼콜 때 무대 앞까지 달려가 마치 콘서트처럼 공연을 ‘즐길 줄 아는’ 우리 관객들의 열정은 정말 인상적이다. 손 박수도 마주 치고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는 외국 배우들의 미소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왜 굳이 공연을 보러 다니는지 의문이 드는 사람이라면 꼭 보러 갔으면 좋겠다. 공연장을 나서며 삶의 재미와 여유가 느껴진다면 티켓 가격이 그리 비싸다고 여겨지진 않을 것이다.

/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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