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부동산시장을 움직일 키워드는 ‘가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부동산 투자의 기준이 ‘입지’에서 ‘가격’으로 전환되고 있다.
호황기엔 아무리 비싸도 입지만 좋다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충분히 싸지 않으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키워드는 ‘입지’보다는 ‘가격’이라는 인식이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입지가 아무리 빼어나도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상품은 가격 하락에 대한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기 ‘입지’보다 ‘가격’ 중시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 기준에서 입지보다는 가격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면서 “이는 어떻게든 매입가를 낮추는 것이 최상의 재테크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써브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공급된 아파트 중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된 4개 단지를 분석한 결과 모두 분양가가 인근 시세에 비해 저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푸르지오그랑블은 인근 단지보다 3.3㎡당 평균 200만∼300만원,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더샵퍼스트월드는 앞서 분양한 같은 단지와 비교해 주택형별로 1억원씩 싸다.
또 지난해 말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된 인천 청라지구 호반베르디움과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울트라참누리 등도 비슷한 수준의 인근 인기 단지에 비해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성공한 이유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부동산연구실장은 “최근 성공적으로 분양한 단지는 모두 저렴한 분양가가 최대 메리트로 부각됐다”면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양·매매 싸야 잘 팔려
일반 매매시장에서도 이런 추세는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거래 수가 늘어난 서울 송파구 잠실, 강남구 개포, 서초구 반포 등 강남지역의 매매 대상은 대부분 가격 메리트가 크게 부각된 급매물이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요즘은 중개업소마다 ‘급매물’이 아니면 팔리지 않을 정도”라면서 “싸도 얼마나 싼지가 최대 관심”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중시 현상이 갈수록 심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아파트 분양가 책정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입지 여건과 발전 전망, 주변시세를 고려해 분양가를 책정했으나 지금은 분양가 산정에서 ‘원가’를 최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 분양가 산정도 ‘시세’→‘원가’로
대우건설 관계자는 “과거엔 주변 시세를 먼저 고려하고 새로 공급하는 아파트의 장점 등을 감안해 일정 ‘프리미엄’ 등을 얹어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주변 시세가 의미 없다”면서 “따라서 철저히 원가 토대로 분양가를 책정해 분양가격을 최대한 낮추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시황이 좋을 때는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더 오를 것을 가정해 분양가를 정했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이런 방식으로 분양가를 책정했다간 미분양이 양산될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불황이 지속되는 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함부로 높여 책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