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악화된 반도체 시황과 글로벌 경기침체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지난해 4·4분기 계절적 성수기에 대한 희망도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주가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대체로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이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오히려 생각보다 선전했고 올해 1·4분기 예상보다 실적회복 속도가 빠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2조원대 육박
하이닉스는 5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4·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512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은 782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했다. 영업손실은 지난 2001년 4·4분기 5640억원 이후 최대 규모인 782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4·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영업손실률은 51%로 전분기의 25%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액 6조8180억원, 영업손실 1조9000억원, 순손실 4조3840억원을 기록했다.
하이닉스 측은 “세계 경기침체로 수요가 위축돼 D램의 경우 출하량 증가 없이 평균 판매가격이 전분기 대비 약 43% 하락했으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출하량이 37% 감소했고 판매가격도 약 18% 하락하며 영업적자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4·4분기 D램 업체들의 성적표는 최악이었다. 세계 1위 삼성전자도 지난 4·4분기 연결기준 6900억원의 영업적자로 22분기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올해 ‘재무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으로 최악의 경영환경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치킨게임’ 마무리 기대감…시장 관심 고조
사상 최악의 실적에도 하이닉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하이닉스는 전일보다 1.79% 하락한 9350원을 기록했지만 장 시작 전 악화된 실적발표에도 불구하고 장중 한때 8.72% 급등하며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3개월 만에 1만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주가는 올 들어 40% 가까이 상승했다.
하이닉스의 이 같은 강세는 전 세계 반도체 업체 간의 ‘치킨게임’이 마무리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키몬다의 파산과 도시바의 투자규모 축소 등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하이닉스의 수혜를 예상했다.
한화증권 서도원 연구원은 “시장 예상치 정도의 실적이 나와 실적 때문에 주가가 영향을 받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핵심은 D램 업계의 구조조정 진행 과정과 D램 가격의 회복 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키몬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대만의 파워칩, 프로모스도 정부가 파산을 막아주고 있지만 설비의 유지보수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반도체 가격이 대만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상승할 것이고 이 수준에서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수익성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지난해 4·4분기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3000억원 정도 반영해 올해 1·4분기 실적 회복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반도체 시황 흐름을 봤을 때 3·4분기 흑자기조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ch21@fnnews.com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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