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116㎡ 규모의 택배 사무실은 발디딜 틈이 없이 비좁았지만 활기로 넘쳐났다. 어른신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누거나 신문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 봤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자 사무실에 제일 먼저 출근한 한 노인이 수화기를 주목했다. 사무실 직원이 그 노인에게 택배 주문서를 건네자 노인은 한걸음에 출입문을 열고 현장으로 떠났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이런 모습이 반복됐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노인들은 출근한 순서대로 일거리를 할당 받는다. 하루 평균 3건 정도이다. 택배비는 거리에 따라 다르다. 택배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월 평균 60여만원을 번다.
종로시니어클럽이 노인 택배서비스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4월이다. 6명으로 출발한 이 일은 불과 7여년 만에 참여 노인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거래처도 크게 증가했다. 현재 거래처는 무려 7242여곳에 달한다.
택배서비스 시장이 실버 인력들의 일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2008년 1월 현재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의 총 8개 기관에서 노인지하철 택배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노인들의 일자리 욕구와 택배업계 인력난이 맞물리면서 노인들의 택배 배송업무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 모씨(65·서울 개봉동)는 “택배업무를 처음 시작한 2002년에는 이 일을 하는 분들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면서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참여 인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장애 5급 판정을 받은 뒤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이지만 택배 배송를 하면서 건강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박 모씨(70·서울 사당동)는 “택배 배송을 하는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출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는 존재감과 함께 자기 손으로 직접 용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나온다”고 말했다.
백성현씨(76·서울 평창동)는 “나이를 먹고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좋다. 현재 이 일에 대한 만족도는 80점이다. 100점을 만족시켜줄 일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이만하면 높은 점수 아닌가”라며 웃어보였다. 백씨는 손자·손녀에게 간식거리라도 사줄 수 있는 벌이가 생겨서 행복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하철 택배는 65세 이상 노인은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택배가격도 저렴하다. 일반 택배비보다 30∼50%가량 저렴하다. 또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한 번에 물건을 배달해주는 특징도 갖고 있다.
다만 노인들이 길을 헤매 배송 완료까지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노인 택배를 자주 이용하는 서울 종로구의 한 의류가게 A사장은 “아무래도 나이가 많으셔서 그런지 어떤 분은 약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가끔 불편하다. 하지만 노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해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사진설명/9일 서울 창신동 노인 지하철 택배 사무실에서 노인들이 택배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회의하고 있다.
/사진 김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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