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 ‘돈가뭄’ 속앓이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투신권이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올 들어 투신권이 코스피시장에서 ‘사자’보다 ‘팔자’에 집중하는 등 증시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이제는 저점이 점점 높아져 펀드환매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펀드 유입자금은 올 들어 계속 감소해 상승장에서 매수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딜레마다.
10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투신권은 코스피시장에서 2조707억원가량을 순매도하며 보유주식을 내다 팔기에 바빴다. 반면 이 기간 외국인투자가는 1조8754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증권(3579억원), 보험(1720억원), 은행(1476억원) 등 투신권을 제외한 기관 대부분이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신권이 이처럼 코스피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주식형펀드로 돈이 들어오기는커녕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219억원(ETF 제외)이 빠져나간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지난 6일까지 472억원이 감소하는 등 자금흐름이 호의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앞서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한 달 새 1451억원이 유입됐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적립식펀드 영향 등으로 1년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8조119억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하나대투증권 서경덕 펀드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주식형펀드로 고생한 투자자들이 손실폭이 줄어드는 지수 1200∼1300대에서 환매강도를 다소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증시 변동성이 강해지자 펀드도 단기투자자가 늘어나고 특히 지난해 11월 저점에서 가입한 투자자들이 3개월가량이 지나면서 이익실현에 가담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9일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 중 중소형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평균 11.09%로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성과도 8.41%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3개월 정도인 펀드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지난 단기투자자들이 환매에 추가로 나설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자금 유입이 여의치 않다 보니 운신의 폭도 좁고 이 때문에 중소형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시장에만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게 또다른 현실이다.
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만 총 2조원 넘게 팔아치운 투신도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는 1999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들이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서울반도체, 현진소재, 성광벤드, 태웅, 하나투어, 셀트리온, SK브로드밴드, 평산 등으로 ‘환경테마주’가 대부분이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코스피시장의 경우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는 정책수혜주 등이 많지 않다”며 “이 때문에 테마주가 많은 코스닥시장이 최근 투신권 활동의 근거지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수가 상승할수록 환매욕구도 커질 것이란 전망 역시 투신권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제로인이 34개 운용사의 국내 주식형펀드(순자산 300억원 이상) 유동성 현황을 분석한 결과 9일 현재 이들 운용사의 총 유동성 자금은 1조6694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 투자비중은 89.92% 정도이며 일부 운용사는 선물 등으로 헤지하는 까닭에 이보다 주식 비중이 훨씬 낮은 8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주가가 현 수준에서 더 상승하면 그동안 까먹은 수익률을 회복할 수 있겠지만 투자자들의 환매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내심 걱정”이라며 “일정 현금 보유 없이 주식에만 여윳돈을 쏟아부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10일에는 외국인의 대량매도로 코스피지수가 사흘 만에 1200선 아래로 밀리며 오래간만에 대량매수에 나선 투신권의 움직임이 빛을 바랬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