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복지담당 공무원의 고충/성용락 감사원 사무총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10 18:00

수정 2009.05.10 18:00

최근 경기침체 여파에 따른 실직, 휴·폐업 등으로 많은 서민들, 특히 저소득층의 생활이 궁핍해지면서 사회복지 정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저소득층 생활지원을 위해 4조5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Social Security Net)’을 촘촘히 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주기 위해선 정부와 읍·면·동 일선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헌신과 열정이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

중앙 부처에서 입안한 복지 서비스를 정책 수요자에게 실질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이 서민과 직접 대면하는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사기는 복지정책의 실현과 국민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최근 서울 양천구, 전라남도 해남군 등 일부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이 복지급여를 횡령한 사건이 감사원 등에 적발, 보도되면서 대다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가 염려스럽다.

감사원이 지난 4월 ‘사회복지제도 및 전달체계 운영실태’ 감사를 착수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도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점과 많은 국민이 이들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도한 업무에도 사명감과 열정을 갖고 성실히 근무하고 있으며 이는 감사원도 깊이 헤아리고 있음을 이 기회를 통해 밝혀둔다.

우리의 사회복지 관련 서비스는 100여가지로 이 중 취약계층과 직결되는 사업만 80여개, 연간 사업비만 24조여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집행할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1개 읍·면·동(평균 1만5000여명 거주)에 평균 2명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 근무하는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선정, 복지급여 지급, 수급자 자격 변동 조사 등 녹록지 않은 업무를 소화해야 하고 수급조건 등을 문의하는 수많은 민원인의 하소연 청취나 가정방문을 통한 고충 상담도 이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더구나 보건복지가족부 소관의 기초생활수급자를 돌보는 업무뿐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 여성부 등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서 앞 다퉈 입안한 각종 복지사업들 대부분도 이들에게 몰리고 있어 각종 복지지원 사업의 내용들을 정확히 파악하기조차 버겁다고 하소연한다.

모든 복지 업무가 일선 1∼2명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에게 집중되는 소위 ‘깔때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서비스나 부정수급 방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

지난 2005년도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복지직렬 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인구 수는 6725명으로 미국(602명), 영국(708명) 등에 비해 월등히 많다.

국가 예산의 올바른 집행을 감시하는 것이 기본책무인 감사원은 사회복지 예산의 누수가 없는지, 중복 지급되고 있지 않은지 등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 예산 누수 문제를 소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잘못만으로 몰아가는 오류는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도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고충과 애환을 충분히 고려하고자 한다.

보건복지가족부 소관의 사회복지예산이 급증하고(2005년 8조6000억원에서 2009년 18조2000억원) 우리나라의 복지재정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복지재정 지출의 절반 수준임을 감안할 때 사회복지 예산은 향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난 예산이 누수나 중복 없이 집행되기 위해선 감사원과 소관부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감사원 감사나 보건복지가족부 조사 결과를 보면 최저생계비보다 소득 수준이 훨씬 높은 해외 ‘보따리 무역상’ 등 6000여 가구가 생계급여를 지급받고 있다가 적발되는 등 고소득자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급여를 타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사례가 자주 확인된다.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국민복지 지킴이’로서 근무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고 국민은 사회복지 예산이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을 위한 것임을 인식해 도덕적 해이가 사라질 때 사회복지예산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