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700억원 규모의 신울진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입찰에서 아홉번이나 유찰되면서 이번 입찰에 적용된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원전공사를 단순히 가격만 평가해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입찰에 참가한 건설사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최저가낙찰제Ⅰ방식’으로 발주할 때부터 유찰을 우려해 왔다. 건설사들은 특히 이번 사업이 2년 만에 나온 초대형 원전 공사인 데다 차세대 원전 개념이 적용돼 해외 원전수주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수원이 제시한 가격보다 지나치게 낮게 입찰가격을 써낸 것이 유찰의 주된 이유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앞으로 원전과 같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공사는 가격만 평가할 게 아니라 기술력과 시공경험 등 다양한 평가 방식을 도입해 시공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격 외 기술력 등 평가방식 다양화해야”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이 적용한 최저가Ⅰ방식의 경우 건설업계에서는 통상 ‘운찰제’라고 부른다. 최저가Ⅰ방식은 공종별 가격과 총공사 가격을 제시한 뒤 공종별로 평균 기준금액을 산정하고 업체가 80% 미만으로 투찰한 공정이 30%를 넘으면 자동 탈락시키는 것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입찰참여업체들은 공종별 가격이 서로 차이가 나고 평균 기준금액이 얼마인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가격을 던져 놓고 기다려야 하고 유찰될 가능성도 높아 운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 중 90%가 최저가 I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한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가격을 무조건 낮게 써낼 수도 없고 공종별로 얼마를 써내야 할지도 가늠할 수 없어 이번처럼 아홉번씩이나 유찰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합리적 입찰제도 도입 필요”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최저가 I 방식이 원전공사의 시공사 선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과당경쟁이 벌어지면 서로 가격을 낮게 써낼 수밖에 없고 유찰이 거듭되기 때문이다. 설사 공사를 따내더라도 저가 수주에 따른 품질저하와 사고 우려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어 국가와 건설사 모두 손해라는 것이다.
따라서 건설업계는 이번 기회에 엄격한 품질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공사의 경우 이에 걸맞은 입찰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형 건설사인 H사 관계자는 “원전공사의 경우 가격만으로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사례는 우리나라 외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면서 “가격 외에도 기술력이나 시공경험 등 다양한 요인을 심사해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안으로 원전공사의 경우 시공사가 입찰내역을 직접 뽑고 대안도 제시할 수 있는 ‘최저가Ⅲ 방식’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이 방식은 발주처가 내놓은 설계를 기초로 삼아 건설사가 대안을 제시하고 입찰내역을 직접 산출해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설계시공일괄 입찰(턴키) 방식도 있지만 원전의 경우 설계를 한국전력기술에서만 하고 특히 턴키심사위원에 대한 로비가 상상을 초월할 수 있어 원전의 턴키발주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최저가 Ⅱ 방식은 무조건 낮게 써내는 업체에 시공권을 주는 ‘순수 최저가’로 원전공사에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사진설명=영광원전 1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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