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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가입자 1번씩은 통신사 옮겨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3 05:10

수정 2010.02.02 22:28

2004년 이동전화 번호이동제도가 시작된 이후 6년 만에 국내 모든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한 번씩 번호이동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09년 말 이동전화 번호이동 가입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동전화 번호이동 누적가입자는 4783만145건으로 국내 총 이동전화 가입회선 4794만4222건의 99.7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번호이동이 시작된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SK텔레콤, KT(옛 KTF), 통합LG텔레콤(옛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지출한 마케팅 비용만도 3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3조3839억원이었던 마케팅 비용은 2007년에는 5조4210억원, 2008년엔 5조9167억원에 달했다. 6년간 연평균 19.7%씩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셈이다.


이 정도 돈을 망 고도화에 쓴다면 우리나라 전체 인터넷을 지금보다 100배 빠른 기가급으로 바꿀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준비 중인 기가급 초고속인터넷 사업 총 비용은 34조원이다.

이는 또 지난해 상반기 국내 30대 그룹의 시설투자 총액(30조7644억원)과 맞먹는다. 업계는 이 중 절반 가까운 돈이 휴대폰 보조금에 투입된 것으로 보고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번호이동률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례다. 우리나라 처럼 이동전화 번호이동제를 도입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지난 2008년 말 현재 번호이동률이 6%이고 미국은 20%에 그친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이동전화 시장이 빠르게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이동통신 업체들이 서비스 질로 부가수익을 높이기보다 손쉬운 가입자 뺏기 경쟁에 몰두하다 보니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2003년부터 휴대폰 보조금을 법으로 금지하는 규제정책도 썼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옛 정보통신부에서 통신정책을 담당했던 한 전문가는 “휴대폰 보조금이나 번호이동 같은 시장의 민감한 마케팅 문제는 법으로 규제하기도 어렵고 실효를 거둘 수도 없다”며 “통신업체들이 스스로 생존을 위해 경쟁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정부가 번호이동으로 인해 가입자들이 입게 되는 손해를 정확히 홍보하고 소비자들도 휴대폰 보조금이 결국 자신의 요금에서 지불되는 선금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 비로소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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