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아침] 4·23대책,무엇이 문제인가/이경호 건설부동산부 차장

이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23일 미분양 해소 및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작금의 상황이 정부가 대책을 제시할 정도로 위기상황인 것이 분명하다. 주택거래가 꽁꽁 얼어붙어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아파트로 입주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새 아파트로는 고사하고 기존주택 거래도 안돼 이사도 못갈 판이다. 수도권엔 저녁에도 불꺼진 새 아파트가 즐비하다. 올해 말이면 수도권에서 입주하는 아파트가 쏟아져 입주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다행인 것은 정부가 비로소 현실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자신의 소득에 비해 대출로 상환해야 하는 이자와 원금의 부담이 큰 사람에게 대출 액수를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일부 풀었지만 사람들이 집을 사러 다닐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만으로 꽁꽁 얼어붙은 수요자들의 주택매수 심리가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런 정황으로 예측해 보면 올 가을 수도권 등지에서 아파트의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 입주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뻔하다. 이날 발표한 정부 대책의 제목인 '주택거래 활성화'는 요원한 셈이다.

정부는 아마도 '경제는 심리'라는 단순한 경제논리를 이번에도 잊어버린 모양이다. 아니면 들불 번지듯 주택매수 심리가 살아날 것을 미리 걱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종합하면 이날 발표한 대책의 한 중심에 있는 주택거래 활성화는 소위 말하는 '약발'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주택 구입을 꺼리는 수요자들의 심리를 이 대책으로 치유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대책 중 한 축인 미분양 해소 역시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 많다.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른바 '과잉투자'를 한 결과물인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공공기관을 동원해 구입해 준다는 것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정부가 부추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물론 건설사의 미분양 주택을 사주면 건설 근로자들의 생계는 보장된다. 또 종합산업인 건설업의 타 산업으로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설 근로자의 생계를 안전하게 하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이번 대책에서 미분양 주택을 3조원어치 매입해야 하는 대한주택보증은 '건설사 일병 구하기'를 위해 만들어진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주택보증은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에게 분양대금을 돌려 주거나 아파트 공사를 완료하고 입주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설립됐다. 더욱이 주택보증의 자금사정도 녹록지 만은 않다는 데 정부의 무리수를 발견할 수 있다. 대한주택보증은 건설사가 부도나면 대부분 아파트 분양대금을 대신 갚아준다. 이 때문에 건설사의 부도가 이어지면 현재 2조5000억원의 여유자금도 언제 바닥이 날지 모르는 처지다. 하지만 정부 대책대로 이번에 3조원어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려면 2조5000억원을 다 사용하고도 5000억원은 빚을 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여유자금이 바닥이 나면 주택보증은 또 돈을 빌려다 분양 계약자의 분양대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 펀드나 리츠가 투자한 미분양 주택을 매입키로 확약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LH는 현재 부채가 111조원에 달해 하루 이자만 80억원이 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토지보상도 현금 대신 채권으로 지급하고 각종 공공택지 개발사업도 늦추고 있는 처지다. 이런 사정은 아랑곳 않고 정부는 LH에 1조원어치 미분양 주택 매입을 떠 넘겼다. 이런 이유로 공기업 직원들 사이에선 "공기업이 봉이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것이 미분양을 해소해 건설사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좋은 정책 목표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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