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유통현장을 달리는 사람들] (5) 우희원 갤러리아백화점 바이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6.20 20:06

수정 2010.06.20 20:06

"백화점이 '갑'이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개성 강하고 자존심 센 디자이너들을 모셔 오려면 문전박대도 감행해야죠." 갤러리아백화점 우희원 바이어(39)의 명쾌한 답변이다. "한국 백화점들은 왜 각기 다른 브랜드인데도 비슷한 콘셉트일 수밖에 없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난 2000년 갤러리아 백화점에 입사한 그는 명품관 WEST의 '갤러리아 디자인 스트리트'의 바이어로 경력을 쌓았다. 2002년 국내 첫선을 보인 편집숍 '스티븐 알란'을 눈여겨 본 그는 3년 뒤 '스티븐 알란 걸' 매장을 론칭했다.



미국식 영캐주얼을 주로 취급하는 '스티븐 알란 걸'은 미국의 유명 상품기획자(MD)이자 아트디렉터인 스티븐 알란의 이름을 딴 것으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점포다. 46㎡(14평)에 불과한 이 매장의 매출은 월평균 1억3000만원. '파격적인 시도'로 불리며 눈길을 끈 이 곳은 곧 효자 매장이 됐고 우 바이어 역시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게 됐다.

우 바이어의 남다른 감각을 눈여겨본 갤러리아백화점은 또 한 번의 기회를 제공했다. 바로 오는 10월 132㎡(40평) 규모로 문을 여는 남성 클래식 멀티숍(이름 미정) 오픈을 그에게 맡긴 것이다.

이 매장은 체사레아톨리니 등 해외 최고급 의류와 잡화를 직수입해 판매하는 한편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취급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 때 착용한 것으로 유명한 토종 신사복 브랜드 '장미라사'도 숍인숍 형태로 입점할 계획이다.

"고가의 수입품을 판다는 것보다 우리의 손으로 만든 명품을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다룬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학창 시절 응용통계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은 패션이었다. 4수 끝에 대학생이 된 탓에 학과 일정은 늘 빡빡했다. 단 1년에 두 차례 방학동안만큼은 일본과 유럽에서 2∼3개월 머물며 낭만을 즐겼다. 그 당시 보고 느낀 것들이 현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게 그의 짐작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소비자들은 수많은 금기를 깼습니다. 파스텔톤을 고집하던 이들이 원색의 노랑, 초록을 입었고요. 한쪽 어깨가 드러나고 사선으로 찢긴 치마를 입는 등 비대 칭에 대해서도 관대해졌습니다. 가슴이 푹 파인 옷은 또 어떤가요.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말을 막지만 않으면 몇시간이라도 술술 이야기를 잇는 우 바이어는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능하다.
수학공식처럼 논리적인 결론을 내놓는 그에게 '인기 품목을 정확하게 골라내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패션은 단순함과 복잡함, 두 가지가 반복 교차하는데 이 경향만 잘 파악하고 있어도 향후 인기 제품을 예측할 수 있다'고 답했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용어설명/숍인숍(shop in shop)=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일명 가게 속의 가게다.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