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아침] 땀흘리는 牧民官을 기대한다/김두일 사회부 차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7.16 16:55

수정 2010.07.16 16:54

6·2 지방선거에서 집권 한나라당이 대패하자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전임자들이 추진했던 각종 사업들을 백지화하거나 크게 수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집행된 막대한 사업예산이 날아갈 위기에 처해 있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많은 액수다.

정부가 추진한 세종시문제·4대강 사업들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한강르네상스·디자인서울 등 대형 사업을 줄줄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의회 의석의 다수를 야당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 민심은 외형 위주의 이들 정책을 호되게 심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들의 관심, 어젠다가 이동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복지·분배·저출산·노령화·환경·건강 문제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이슈를 발굴, 창출해주기를 원하는 것이 민의(民意)라는 해석과 함께.

이런 바람을 타고 민주당이 서울시의회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 야당의회가 됐고 민주당 의회는 이미 140억원이 들어간 양화대교의 상판 철거공사를 중단시켰다. 이 밖에도 시가 추진한 대형 시책 공사의 중단 내지는 대폭 수정을 준비 중이라는 말이 들린다.

민주당 소속 한 서울시의원은 "그리스광장에서는 매일 문화행사뿐 아니라 모든 정치집회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허가제를 통해 서울광장 사용을 문화행사로만 국한한 것을 제한 없이 확대하라는 얘기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년 전부터 10년 후, 20년 후의 거대도시 서울시에 대한 큰 그림, 시정철학이 담긴 그랜드 디자인이 절실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다시 출마한 가장 큰 이유를 대형 시책공사 등의 연속성을 갖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여당 패배로 끝난 선거 뒤 오 시장은 소통과 통합을 어느 때보다 크게 주장하고 있다. 복지정책의 확대를 강조한 민주당과 소통을 위해서인지, 향후 10년 동안 3조8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한해 평균 3800억원씩 복지 예산에 쓰겠다고도 했다.

사실 오 시장은 그동안 일각에서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노숙인 등 저소득계층과 함께 하는 인문학 강의 등 소외계층 방문과 함께 건설현장 등을 누비고 다녔다.

민주당의 요구와 상관 없이 복지·분배 등의 부문에 예산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면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마치 쫓기듯이, 또는 인기만을 생각하는 포퓰리즘에 의한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오 시장은 안전모를 쓰고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하철에서, 공사장에서, 새벽시장에서, 산업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면서 진심으로 소통하는 모습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시정을 책임진 시장의 참다운 모습이 아니겠는가.

특히 우파·좌파·중도 등 이념문제와 관계 없이 시민의 편, 국민의 편, 어렵고 힘들고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는 따뜻한 시장을 기대한다. 낡고 해진 헌 운동화를 신고 기운 점퍼를 입고 민생 현장에서 시민의 거친 손을 잡으며 함께 하는 목민관의 모습이야말로 시민들이 기대하는 시장일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서울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처럼 단순히 한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 평가받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고 서울시정이 미치는 파급 효과 역시 크다.

따라서 한정된 예산으로 그저 시민들의 구미나 일부 정치권 요구에 맞춰 시정을 펴서는 안된다. 말하자면 시민, 국민에게 피와 땀과 눈물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념에 사로잡히거나 정치권의 이해관계 또는 포퓰리즘적인 시책에 전념할 경우 결과적으로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 증명해주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시민들의 자긍심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지금보다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안목과 뚜렷한 철학에 의한 시정을 오 시장에게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di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