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부채는 늘고 집값은 여전히 비싸다
실수요자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전면 철폐한 8·29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거래 활성화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예상외의 고강도 대책이 나왔는데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면 거래 침체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서울 집값이 소득에 비해 무척 높고 내집 마련에도 오랜 세월이 걸린다는 통계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5일 국민은행이 산출한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5단계로 나눈 집값 중 중간 수준(3분위)은 평균 4억4646만원이었다. 이것은 연소득 3830만원의 11.7배에 달하는 것이다. 결국 1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내집을 마련하는데 11.7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러나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가정(假定)은 허구일 터, 있는 대로 허리띠를 졸라매 절반만 쓴다고 해도 23.4년이 걸린다. 중산층이 이 정도면 그보다 하위 계층은 말해 무삼하리요다.
선진국 다른 대도시에 비해 서울 집값은 터무니 없이 비싸다. ‘터무니 없다’는 말에 항의할 수도 있다. 작년의 12.1년이 11.7년으로 줄었으면 좋아진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군색한 변명이다. 중산층이라면 적절한 금액으로 적절한 연한 안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맞다. 선진국에선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비율(PIR)이 3∼4배가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도 2005년에는 7.7배 수준으로 지금보다 훨씬 나았다.
소득 향상은 더디고 집값 상승은 가파르면 주택 구입자금은 부채로 메우게 된다. 우리 국민의 빚이 소득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11조원으로 총처분가능소득(GNDI)의 64%나 된다. 특히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 2003년 상반기 말의 54%와 비교하면 10%포인트나 높고 2008년의 61%보다도 3%포인트가 높다.
사정이 이렇다면 부동산대책은 융자금 편의를 봐주는것 이상의 근원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평생 거주가 보장되는 임대주택과 저렴한 도시형 생활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서 딴 나라처럼 집값이 떨어지면 가계부채도 줄어드는게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