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건전성부담금’ 제도 도입 배경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은행에 대한 ‘거시건전성부담금’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따른 충격을 예방해 외환부문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거시건전성부담금 도입 방안’에 대한 합동브리핑에서 “최근 자본유출입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경제적 리스크가 커지고 높은 환율변동성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이번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단기 외채 억제를 위한 선물환 포지션 제도와 급격한 외자 유입을 막으려는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과세 환원에 이어 나온 것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3대 대책이 완성됐다는 의미가 있다.
■급격한 자본유출입…가장 큰 시스템 요인
부담금 논의는 지난해 9월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부터 위기 대응 재원에 대한 금융권 분담 방안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일명 ‘은행세’로 구체화됐다.
금융위기에 따른 손실을 위기 유발자인 금융권에 지워야 한다는 게 최초 논리였다.
그 후 국제공조 방안이 모색됐으나 캐나다와 호주 등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는 국가별로 알아서 하기로 결론이 나고 미국도 흐지부지되면서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선진국의 저금리 정책이 이어지고 특히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조치로 넘쳐나는 글로벌 유동성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으로 밀려드는 상황은 정부가 거시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이번 조치로 지난 6월 발표된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제도와 의원입법으로 1년 6개월 만에 살아난 외국인 국채·통안채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제도에 이어 정부의 자본유출입 3대 규제가 일단 완성됐다.
선물환포지션이 국내 수요부문에 대한 위험요인을 줄이려는 조치라면 채권 투자 과세와 이번 부담금은 공급부문 다시 말해 국내 유입 자체를 줄이려는 일종의 문턱이라는 점에서 수요와 공급 양측 면에 안전막이 쳐진 셈이다.
3대 규제 이외에 추가조치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 차관은 “3대 규제에 이어 추가적인 규제를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자본유출입 문제를 정부에서 가장 큰 시스템 요인으로 생각하는 만큼 상황 변화를 면밀히 검토해 필요하면 다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시경제 건전성 강화 기대
이번 부담금 제도는 다른 나라의 은행부과금과 차이를 보인다.
도입 목적도 우리는 거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 반면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은 유럽국가에서는 금융기관의 지나친 자산 확대를 억제하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명칭도 ‘은행세’나 ‘은행부과금’보다는 제도의 취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거시건전성부담금’으로 정해졌으며 부과 대상도 유럽처럼 비예금부채 전체가 아니라 비예금 외화부채로 한정됐다.
부과금을 외화(미 달러화)로 걷어 외국환평형기금에 별도 계정을 만들어 편입시킨 뒤 평상시에는 외환보유액처럼 자금을 굴리다가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 용도로 쓴다는 점도 특징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걷어 금융기관을 위해 쓴다는 점이 외국과 차별화되는 특징인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채의 만기별로 부과요율을 차등화하는 방안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단기외채(1년 이내)의 경우 20bp(1bp=0.01%), 중기외채(1∼3년)에 10bp, 장기(3년초과)에 5bp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의 연간 예상부담 규모는 약 2억4000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영국은 5∼7.5bp, 독일 2∼4bp, 프랑스 25bp 등을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도입되면 목표했던 대로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을 줄여 거시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같은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이 확대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확보됐기 때문이다.
또 금융기관의 외화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고 외채 구조의 장기화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ch21@fnnews.com이창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