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근본대책 외면한 車보험 개선 방안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29일 자동차보험 개선 대책을 내놨다. 사고차를 정비할 때 자기부담금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고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엄히 단속키로 하는 등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교통법규를 어기면 더 깐깐하게 할증 보험료를 물리고 장기 무사고 운전자에겐 더 큰 할인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을 들쑤시는 근본 원인엔 손을 대지 못해 이번 대책 역시 땜질 처방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자동차보험의 문제점은 보험금을 마치 주인 없는 눈 먼 돈 취급하는 데서 출발한다. 당국은 올해부터 보험료 할증 기준액을 종래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으로 4배 올렸다. 그러자 ‘199만원 수리’가 급증했다. 200만원만 넘지 않으면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 느슨한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운전자와 정비업체로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199만원 수리’는 정치권 포퓰리즘의 산물이다. 이것이 손보 업체들의 경영을 압박하고 다시 소비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걸 놔두고 자기부담금을 최대 50만원으로 올려봤자 한계가 있다.

과잉 수리만큼 과잉 진료도 문제다. 현재 자보수가는 건보수가에 비해 최대 15%가량 높다. 병원은 교통사고 환자를 오래 잡아둘수록 이득이다. 2001∼2007년 중 국내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은 70%로 일본(8.5%)의 8배가 넘는다. 입원 일수 50일이 지나야 치료비 10%를 깎기 시작하는 관대한 규정은 ‘나이롱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 자보수가를 건보수가 수준으로 낮추려는 시도는 이번에도 미뤄졌다. 법규 위반자의 보험료 할증 강화는 사실상의 보험료 인상이다. 할증 분 전액을 법규 준수자의 보험료 할인에 활용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정작 손대야 할 건 놔두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자동차보험의 해법은 다 나와 있다. 관건은 실천 의지다. 할증 기준액 200만원을 악용한 과잉 수리, 환자 좋고 병원 좋은 식의 과잉 진료에 손을 대야 한다. 공정한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면 길이 보인다. 보험 사기를 뿌리 뽑는 것만큼이나 보험금 지급 규정을 투명하게 바꿔 브로커의 농간을 막을 방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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