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푸른하늘] 실제 지구의 모양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5.08 18:11

수정 2014.11.06 19:35

'블루 마블(The Blue Marble)'. 지난 1972년 12월 7일 아폴로 17호의 승무원이 찍은 지구 사진의 이름입니다. 여기에는 동그란 지구와 구름에 덮인 아프리카 대륙과 대서양, 인도양이 또렷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 선명한 모습 때문에 '블루 마블'은 가장 유명한 지구 사진이 됐답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우주국(ESA)이 '실제 지구 모습에 가장 가까운 사진'이라고 밝힌 지구 사진은 '블루 마블'과 많이 다릅니다. 전체적인 모양은 감자를 닮았고 빨강, 노랑, 파랑색이 뒤섞여 울퉁불퉁한 표면을 장식하고 있죠.

이 충격적인 사진은 '지오이드(geoid)'라는 지구 중력장 지도입니다.

우리는 지구가 동그란 공 모양이라고 알고 있지만, 중력으로 나타낸 지구는 울퉁불퉁한 감자 모양입니다. 지구는 지역마다 질량이 조금씩 달라서 중력 차이가 최대 100만분의 1까지 나거든요.

히말라야 산맥처럼 암석이 많이 쌓이는 지역은 질량이 크기 때문에 중력도 다른 데보다 큽니다. 바다는 해류나 밀물·썰물에 의해 생겨난 언덕과 계곡이 있어서 질량이 차이 나죠. 이렇게 지형에 따라 달라지는 중력을 표시한 지도가 바로 '지오이드'입니다.

지역마다 달라지는 중력을 정확하게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인공위성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NASA와 독일항공우주센터는 2002년 쌍둥이 위성 '그레이스'(중력복원기후실험위성)를 쏘아올렸습니다. 이 위성은 고도 450㎞ 상공에서 220㎞ 간격을 유지한 채 지구를 돌고 있죠. '그레이스'가 지구 중력을 측정하는 비밀은 '거리'에 있습니다. 두 개의 위성이 중력의 크기가 비슷한 바다 위를 지나간다면 우주선 간의 거리는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하지만 앞 위성이 바다보다 밀도가 높은 땅 위를 지나면 중력이 달라집니다. 이때 뒤따르던 위성과의 간격은 좁아지죠. 반대로 땅 위를 지나던 앞의 위성이 바다 위를 지나면 뒷 위성과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그레이스'는 이렇게 특정 부분을 지날 때마다 변하는 두 위성의 간격 변화를 측정합니다. 마이크로파를 감지해 서로의 거리를 재는 정확도는 100만분의 1㎝ 정도입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부분까지 잡아내는 것입니다.

ESA는 '그레이스'보다 더 정확한 '지오이드'를 얻기 위해 지구 가까이서 중력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위성은 2009년 3월에 발사된 '고스(GOCE·중력장 및 정상상태 해양 순환탐사)'입니다. 최근 발표된 감자 모양의 지구사진도 '고스'가 만들었죠.

대부분의 인공위성은 지구 상공 600∼800㎞ 궤도를 지납니다. 하지만 '고스' 위성은 이보다 훨씬 낮은 고도 270㎞ 아래를 돌기 때문에 지구와 가까이에서 중력장과 해류 순환을 살펴 10조분의 1 정도의 중력 차이까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지오이드'가 보여주는 지구 중력 정보를 활용하면 빙하가 녹는 속도와 정도를 살펴 기후변화를 감시하거나 지각판의 이동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진해일 같은 자연재해를 예측할 수도 있죠. 지구가 '블루 마블'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겠죠?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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