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광복 한국,여전히 일본제품 식민지?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14 20:17

수정 2014.11.05 14:44

#. 서울 여의도에 거주하는 주부 김미영씨(36)는 갓 돌이 지난 아들에게 일본 직수입 '군(GOO.N) 기저귀'를 채우고 외출 채비를 한다. 아이를 차에 태울 때 사용하는 카시트는 일본 황실에서 사용했다는 '타카타'다. 기저귀 가방에는 '피죤' 젖병과 '콤비' 스파우트(젖병과 빨대컵 중간 형태의 컵), 유아용 과자 '와코도'가 들어 있다. 공원에서 아이와의 산책을 위한 유모차 역시 일본 브랜드 '아프리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한·일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66주년 광복절을 맞았다. 최근 일부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제품들은 편의점, 드러그스토어, 홈쇼핑, 온라인몰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이 중 '일류(日流) 열풍'이 거센 곳은 유아용품 시장이다. 14일 국내의 A 온라인쇼핑몰에 따르면 상반기 기저귀 브랜드에서 1위를 차지한 제품 역시 일본산 군 기저귀였다. 이 제품은 전체 기저귀 판매량의 44.4%를 차지하며 국산 브랜드들을 위협하고 있다. 주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메리즈' 또한 일본산이다.

홈쇼핑에서 군 기저귀와 메리즈는 1회 방송에서 3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 이는 국산 기저귀의 1회 방송 판매금액보다 50% 이상 높다.

실제로 GS샵이 7월 들어 실시한 기저귀 방송에서 메리즈는 3억원, 군기저귀는 2억8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유사한 시기에 방송된 하기스는 1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수입 기저귀가 국산보다 2배가량 높은 성장률을 보인 옥션에서도 80%가 일본 브랜드이다. 유아용품시장은 가히 일본 천하라 할 만하다.

기저귀 외에 환경호르몬 위험이 없다는 피죤 젖병부터, 유모차 브랜드 아프리카와 콤비, 과자브랜드 와코도까지 일본 제품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뷰티숍, 편의점 등이 합쳐진 유통매장인 드러그스토어 화장품 진열대의 20%는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경우 지난해 라네즈, 마몽드 등 아모레퍼시픽 브랜드가 이곳에서 철수한 이후 그 자리를 일본 제품이 메웠다. 일본에서 4초에 하나씩 판매된다는 하라다보 코쿠쥰을 비롯해 일본 폼클렌저 중 가장 많이 판매된다는 시세이도 매스티지의 퍼펙트휩, 헤어케어제품 츠바키 등은 이미 국내에서도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CJ 올리브영을 이용하는 이지영씨(31)는 "일본 제품임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일본어가 써있는 패키지를 볼 때면 민망할 때가 많다"면서도 "가격대비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무턱대고 일본 제품을 불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골목마다 들어선 편의점 역시 일본 브랜드 일색이다. GS25를 제외한 모든 편의점은 일본 라이선스 브랜드다. 6000개 매장을 보유한 최대 편의점인 훼미리마트, 미니스톱 모두 일본에 로열티를 낸다. 편의점 인기상품인 삼각김밥의 원조 역시 일본의 오니기리다.
또 세제 비트, 맥주 아사히와 삿포로, 아이들 게임기인 닌텐도 등 생활 곳곳에 일본 제품들이 스며들어 있다.

직장인 류호성씨(32)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마일드세븐을 피우지 않기로 했지만 편의점에서 국산 제품을 구입해도 일본으로 로열티가 나간다고 생각하니 편의점 이용을 자제해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일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19.1% 감소했음에도 불구, 15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yhh1209@fnnews.com유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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