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반년 이상 지났지만 사고 현장에서는 원자로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아직 진행형이다. 삶의 터전을 잃은 현지 주민들과 위험한 복구작업에 헌신하고 있는 발전소 종사자들을 생각하면 추운 겨울이 닥치기 전 정상화 작업에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사고 재발 방지대책에 대한 국내외적 논의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각국이 원전 안전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게 하는 것으로써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자연재해 및 노심손상 사고 대처방안과 방재대책의 실효성 제고방안 등이 이에 포함된다. 둘째, 국제 원자력안전 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각국의 원자력 안전규제시스템 보강과 국가 간 비상 시 정보교류 및 협력 강화 등이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대책 추진에 관해 어느 나라보다도 신속하고 과감하게 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별점검의 경우 사고 직후 전체 가동원전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에 착수하고 5월 초 총 50개의 안전개선사항을 도출해 곧바로 이행에 착수했다.
또한 원전 안전규제시스템 보강을 위한 조치로 후쿠시마 사고 직후 정부는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했으며 이후 국회의 관련 법률 제정까지 모두 마무리되어 다음 달 출범을 앞두고 있다. 독립적인 안전규제기관 설치계획을 밝히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일본, 인도 등에 비해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다.
우리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중심이 되어 진행 중인 국제원자력안전체제 강화를 위한 노력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주 필자가 수석대표로 참가했던 IAEA 정기총회에서 '원자력안전 행동계획'을 승인했는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 151개 IAEA 회원국의 합의를 거쳐 작성된 최초의 국제적 합의문서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 이 행동계획은 총 12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서 언급한 가동원전 특별점검과 규제시스템 강화를 역시 중요하게 천명하고 있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는 모든 회원국이 IAEA 통합규제검토서비스(IRRS)를 정기적으로 검사받도록 강력히 권고했다.
IRRS란 여러 국가의 전문가로 점검팀을 구성해 원전 운영국가의 안전규제시스템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제도로 IAEA는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점검 항목과 강도를 한층 강화했다. 보강된 IRRS를 마침 우리나라가 지난 7월 최초로 수검하게 되어 국제적 관심이 집중된 바 있었으나 오히려 우리 안전규제시스템이 세계 수준임을 공인받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 직후의 특별 안전점검도 신속하고 효과적인 조치였음이 IRRS를 통해 입증됐다.
우리나라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렇게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책을 추진하게 된 것은 바로 인접한 국가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과 무관하지 않으며, 그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국민의 우려와 불안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남아 있는 과제 또한 적지 않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먼저 지난주 IAEA 총회에서 승인된 행동계획을 국내적으로 완벽히 이행해야 한다. 또한 지난 5월 한·중·일 정상이 합의한 대로 원자력안전 강화를 위한 3국 간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야 하며, 특히 이달 한·중·일 협력사무소가 서울에 설립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주도적인 노력이 기대된다. 한편 올해 미국 9·11테러 10주년을 맞은 것을 돌아보며 테러에 의한 원전사고 또는 방사능오염사고 가능성 및 대책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만큼 원자력안전 못지않게 핵안보에 대해서도 과감한 이니셔티브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정확히 한 달 뒤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식 출범해 원자력안전, 핵안보 및 핵비확산에 관련된 정부 업무 전반을 총괄하게 될 예정이다. 위상이 높아진 것에 걸맞게 독립성, 전문성, 투명성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하며 국민의 신뢰 속에 원자력에 관한 통합 규제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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