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칼럼] 안철수와 사족(蛇足) 뉴스/김성호 주필
안철수는 정치를 할 건가 말 건가.
"다른 일에는 한눈팔 여력이 없다"고 말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표정은 진지했다. 지난 1일 안철수 연구소 기부금의 사회공헌 구상을 밝히는 자리에서였다. "학교 일과 재단을 설립하는 일에도 바쁩니다. 신당 창당 강남 출마설 등 여러가지 설이 많은데 전혀 생각도 없고 조금도 그럴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것으로 그의 정치 참여설은 부인됐다. 그러나 이 뉴스를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 등 매스컴의 '사족(蛇足)뉴스'가 문제다. "그는 꼭 집어서 '정치를 안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가 안 한다고 한 것은 '당 만들기'와 내년 4월 총선에서의 '강남 출마'뿐이다. 그러니 그는 정치를 할 것이다. 아마 그는 12월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다. 아마 통합 신당의 추대를 받을 것이다."
이렇듯 매스컴은 안철수의 일거수 일투족에 쓸데없는 사족을 달고 스스로 불명료한 상황을 만들어 낸 다음 그걸 안철수 탓으로 돌린다. 그가 신비주의에 싸여 있으며 안개정치를 한다고 공격한다. 대선에 도전 안 한다는 안철수를 여론조사 때마다 등장시켜 박근혜와 가상 대결을 벌인다. 안철수가 당선 가능성 1위로 나오면 이를 근거로 다시 '자기 확신'에 빠진다. "안철수는 정치를 할 것이다."
안철수의 과거 발언을 돌이켜봐도 매스컴의 사족 뉴스는 무모하다. 늦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9월 7일 안철수는 서울 여의도 자택을 나오다 기자들에게 포위됐다.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으로 단일화(양보)한 후 바로 그 다음 날이다. 기자들은 "대권에 도전한다는 말이 있습니다"라고 물었다. 그때 그는 "가당치도 않습니다. 생각해볼 여유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대권 도전설은 그때 벌서 부인됐다.
그래서 오늘의 사족 뉴스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안 교수가 다시 입을 열어야 한다. "나는 정치를 안합니다"라고 매스컴 앞에서 분명하게 한 마디만 해주기 바란다. 그 말을 안 해주면 대책 없는 한국 언론들은 오늘도 내일도 안철수에 관한 '카더라 방송'을 계속할 것이다.
안철수가 정치를 안 한다고 선언하면 한국 매스컴들은 아마 정신적 허탈에 빠질지 모른다. 매스컴들은 그러면 당신은 무얼 하겠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 때 그가 "과학적 두뇌와 비즈니스 감각을 바탕으로 '빌 게이츠의 길'을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모범 답안이 될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글에도 사족이 달린다. 안철수의 정치 참여를 당연시하는 분석이 아주 설득력 있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 분석은 이렇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와 기존 정당의 불신에서 출발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희망이 없고 민주당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말로 '정치 개입'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그의 기존 정당 불신을 곧 안철수당 창당으로 연결시킨 것은 잘못이라는 점이 이번 안철수 발언으로 명백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치를 한다면 무당파(무소속)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무당파 정치의 괴력은 지난 10·26 서울시 보선에서 무소속 후보 박원순의 당선으로 입증됐다.
사실 안철수에겐 따로 정당이 필요 없다. 그에겐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란 소통 수단을 사용하는 젊은이들만 있으면 된다. 그가 내년 4월 누구를 지지한다고 말하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용자들은 그대로 투표할 것이다. 그가 내년 12월 누구를 뽑아달라고 말하면 SNS를 사용하는 2040세대 유권자들은 그대로 찍을 것이다. 그게 안철수가 됐건 박철수가 됐건 문제가 아니다.
총 유권자 가운데 2040세대의 유권자 수는 70%를 차지한다. 이들은 불만과 분노에 가득 찬 세대로 정치 성향이 거의 일치한다. 이들 앞에서 정당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라는 게 안철수의 생각이다. 대권 도전설, 총선 출마설, 신당 창당설을 모조리 부인한 안철수는 결국 무당파 정치를 하려고 그렇게 말한 것일까. 이 같은 분석 역시 사족임이 확실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