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 부회장 연말 사퇴 의사
'벤처기업의 신화'로 불리며 팬택을 글로벌 휴대폰 회사로 이끈 팬택 창업자 박병엽 부회장이 "올해 말 회사를 떠나겠다"고 폭탄선언을 던졌다.
박 부회장은 "지난 5년 반 동안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벌여오면서 심신이 너무 지친 탓"이라고 사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팬택이 정상 궤도에 올라 우리나라에서도 어려운 환경에서 재기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음을 입증하고, 또 팬택의 재기가 힘든 여건에 있는 기업들에 힘을 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남겼다.
박 부회장은 6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회사를 떠나 휴식을 취할 것"이라면서 "회사 복귀나 우선매수청구권(스톡옵션) 행사 여부 같은 문제는 쉬면서 생각해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스톡옵션 관련 채권단과 논의한 일은 없고, 추후 뜻이 맞고 자본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 함께 일해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며 뒷일에 대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팬택, 당분간 비상경영체제
박 부회장이 떠나면 회사는 비상경영상태로 움직인다. 박 부회장은 "지금까지 최고경영자(CEO)가 없을 때 대처할 방법들에 대해 꾸준히 훈련해왔다"며 "당분간 지금까지 해온 대로 유능한 경영진에 의해 회사가 큰 문제 없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이상 CEO의 빈자리가 이어지면 채권단이 팬택과 협의해 차기 경영진을 선임하고 이들이 회사를 이끌어간다는 게 현재 나와 있는 프로그램이다.
■'승부사' 박 부회장, 배수진?
업계와 금융권에서는 박 부회장의 사의 표명이 '승부사 박병엽'의 배수진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8년 세계적 휴대폰 기업 모토로라의 인수제안을 거절하고 "팬택을 영원히 강한 기업으로 만드는 게 필생의 꿈"이라고 밝혔던 박 부회장이 워크아웃 졸업을 한 달여 남긴 시점에 갑작스레 회사를 떠날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팬택은 연말 워크아웃 졸업을 거의 확정지은 단계다. 팬택은 일단 연내 약 4500억원의 빚을 갚아야 한다. 일단 비협약 채권 2300억원을 상환하는 일이 급한데, 박 부회장은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1개 채권은행 중 일부가 반대해 결국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박 부회장은 "기업이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책임을 함께할 금융권에서 발을 빼는 행태를 주변에서 보는 게 가장 힘든 점이었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채권단에서 자체 자금조달로 비협약 채권 문제를 해소해줄 것"이라고 남은 숙제를 채권단에 넘겼다.
■"채권단이 문제 잘 풀어갈 것"…산은
팬택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 회의를 열어 팬택 채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채권단에서도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2300억원이라는 빚을 돌려받는 일에 매달려 팬택을 다시 위기로 내몰면 금융권은 물론 국내 ICT 산업 전반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팬택은 워크아웃 돌입 이후 지난 2007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누적 매출 9조1745억원, 누적 영업이익 6166억원을 달성하며 18분기째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국내 ICT 산업, 막대한 손실"…업계 우려
애플 '아이폰'의 태풍 속에서 모토로라, 노키아 같은 세계적 휴대폰 기업들이 휘청거린 반면 팬택은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올해 다시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워크아웃 상태에서 부활의 불씨를 살려 "벤처신화에서 부활신화로 신화를 이어가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부회장이 없는 팬택은 정상 궤도를 이탈하기 십상이다. 이는 국내 ICT 산업에 막대한 손실일 뿐 아니라 금융권 역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휴대폰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박 부회장과 팬택은 한몸이고, 모든 임직원과 협력업체가 그의 열정을 따르고 있다"며 "금융권이 팬택을 버리면 한국 ICT 산업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이구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