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키코 손실금 9억여원 배상하라”
항소심 법원도 환헤지 통화파생상품 '키코'(KIKO) 계약을 맺었다가 도산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의 계약 무효 및 취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중소기업의 피해만 인정, 일부 은행측에 책임을 묻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법원이 키코 금융사기의 실체를 파헤치고 단죄하는 데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면서 오히려 은행에 면죄부를 주는 동시에 사실관계 왜곡까지 묵인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해 나가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8일 치과용 의료기기 수출업체인 세신정밀이 신한은행과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신한은행은 세신정밀에 9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SC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통화옵션계약의 구조는 환율변동의 확률적 분포를 고려해 쌍방의 기대이익을 대등하게 한 것으로, 계약 자체가 현저하게 불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따라서 업체의 키코 계약 무효, 취소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2008년 이뤄진 양사간 키코 계약은 과다한 위험성을 수반했는데도 신한은행은 금전적 이익을 얻게 하려는 투기적 목적에서 계약체결을 적극 권유, 적합성 원칙을 위배했다"면서 "업체측의 매출 및 수출증가의 합리적 예상범위를 뛰어넘는 범위로 계약금액을 정했고 추가 계약 체결로 인한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한은행은 계약 체결로 업체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세신정밀은 수출대금 전부에 키코 통화옵션상품을 걸어둔 상태에서 신한은행 권유를 받아 추가 계약했지만 환율변동성이 커지면서 되레 40억원의 손실을 봤다. 1심은 신한은행측 책임을 30%로 제한했지만 세신정밀이 7500만원만 청구했다는 이유로 해당 금액만 배상받도록 했었다.
키코 본안은 지난 2008년 11월 100여개 기업이 은행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소송을 일컫는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2월 수산중공업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등 청구 소송에서 "키코 계약이 부당하지 않다"며 처음으로 은행측 손을 들어줬으며 그해 5월 항소심 역시 기각했다.
또 같은 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법원에 계류 중인 모두 141건의 소송 중 91건(118개 기업)에 대한 판결에서 중소기업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고 세신정밀을 포함한 19개 기업만 은행의 설명의무 미비를 인정해 다소의 배상을 판결했다.
키코 공대위는 "수백 개 우량 수출기업이 키코 계약으로 입은 피해가 드러난 것만 3조2000억원인데 은행들은 여전히 키코 상품이 환헤지에 좋으며 중소기업을 위해 팔았다는 등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법원은 이들을 비호해주는 또 하나의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토로했다.
키코 공대위 관계자는 "키코 계약 자체가 불공정한 구조라는 것에 대해서는 판단을 거부하고 판매한 은행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한 법원은 누구를 위한 사법당국인지 묻고 싶다"면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현안을 가진 양심적인 재판관이 키코 사건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키코 공대위는 법원 판결에 항의해 이날 오전 서울 종로 SC제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오후에는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항의집회를 개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조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