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알뜰주유소’ 또 유찰.. 정부,수의계약 검토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일반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싼 '알뜰주유소'에 물량을 공급하기 위한 입찰이 또 불발로 끝났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3사가 써낸 공급가격이 정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쳐 유찰됐다. 지난달 15일 1차 유찰 이후 두번째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입찰이 두번씩이나 유찰로 끝나자 수의계약 등 다른 대안을 찾을 계획이다.

8일 지식경제부 및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공급 입찰을 진행했지만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유찰됐다. '수급사정이 빠듯하다'며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한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3사가 이날 입찰에 참여했다.

지난해 1차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2차 입찰도 과정이 쉽지 않았다. 1차 유찰 이후 정부는 정유·석유업계 등의 비판적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20여일간 물밑 접촉을 통해 정유 3사를 설득,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일반 공급가격보다 적어도 L당 50원가량 낮춰야 하는 알뜰주유소 공급 여건상, 선뜻 가격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소비자 접점인 유통망의 결사적인 반대 사이에 끼여 정유사는 난처한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농협주유소에 공급하는 게 수출가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이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정유사 폴을 달고 하는 각종 포인트, 마일리지 등 마케팅 관행이 유통시장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주유소와 관계를 자유롭게 청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알뜰주유소 입찰물량은 휘발유, 경유 등 국내 경질유 내수시장의 3%에 해당할 정도로 대규모다. 농협 NH주유소 300여개와 석유공사가 새롭게 확보한 주유소 100여곳에 판매할 석유제품 물량이다. 이미 농협주유소는 GS칼텍스에 연간 1조원에 가까운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2차 입찰도 유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두차례 입찰 모두 유찰되자 정부는 곤혹스러워졌다. 당초 이달 초 알뜰주유소 공급사업자를 최종 결정, 정부의 뜻대로 알뜰주유소 출범 작업에 속도를 낼 계산이었다.

하지만 두차례 유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알뜰주유소 추진 의지는 분명하다. 다만 주무부처(지식경제부)의 수장이 바뀐 만큼 밀어붙이기 식보다 좀 더 유연한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공개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석유공사 등은 개별 정유사와 만나 수의계약에 관해 의견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입찰이 두차례 유찰됨에 따라 수의계약과 해외 수입 등 대안을 갖고 있는데 품질·환경기준 등 제약조건이 많은 외국산 수입보다 정유사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자가폴 주유소 50곳과 도로공사 임대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50곳 등에 시범적으로 알뜰주유소를 만든다. 이곳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을 L당 최고 100원가량 싸게 공급하겠다는 것. 오는 2015년까지 전체 주유소의 10%가량인 1300곳을 알뜰주유소로 늘린다는 게 정부 방침. 이렇게 해서라도 정유사와 도매업자가 쥐고 있는 가격구조를 깨보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정부는 현재 석유공사를 통해 알뜰주유소 희망사업자를 모집 중이다.

하지만 기존 자영주유소, 석유도매 업계 등은 "알뜰주유소에 물량을 대면 정유사폴(브랜드 간판)을 떼겠다"면서 정유사를 상대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 업계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공정행위이자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정부의 알뜰주유소 확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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