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설탕도 정부가 직수입한다고?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설탕 직수입 카드를 꺼냈다. 국제 원당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설탕값이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자 아예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6일 산하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이달 안에 1만t 주문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을 봐가며 수입량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이렇게 수입한 설탕은 음료·빵·과자 업체 등에 원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문을 포기한 정부의 '선의'는 설탕값을 떨어뜨리려는 고육책이다. 국제 원당가는 1년 전에 비해 20%가량 내렸으나 국내 설탕값은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3사가 설탕시장을 틀어쥔 과점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다. 반면 3사는 과거 정부 압력 때문에 제때 가격을 올리지 못해서 생긴 누적손실이 크다며 맞서 있다.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정부 설탕'이 과연 가격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의 한해 설탕 소비량은 90만t에 이른다. 1만t은 당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시장 정보에 어두운 정부가 해외에서 싸고 품질 좋은 설탕을 들여온다는 보장도 없다. 설탕은 품질이 중요하다. 애써 들여온 설탕을 식품 가공업체들이 외면할 가능성도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그릇된 인식이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걸핏하면 시장에 직접 개입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지식경제부의 알뜰주유소가 그렇고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공공제약사도 마찬가지다. 농림부의 설탕 직수입 발상도 같은 범주에 든다. 시장 실패를 시정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더욱 공정하고 엄격한 심판 역할에 그쳐야 한다. 정의감에 사로잡혀 선수로 뛰겠다고 설치다 자칫 세금 축내는 정부실패를 자초할까 두렵다.

 금융위기에서 보듯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 그때 정부는 시장이 잘 굴러가도록 법·제도·기구를 보수·유지할 책임이 있다. 설탕 시장의 과점이 문제라면 시장 스스로 가격을 조정하는 경쟁촉진 정책을 펴는 게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정작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자꾸 '외도'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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