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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수컷이 교미를 오래 하는 이유는...재미 한국인 과학자 규명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10 10:05

수정 2013.12.10 10:05

초파리 수컷이 교미를 오래 하는 이유는 뭘까.

초파리 수컷들 사이의 경쟁이 교미 시간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다. 지난해 경쟁자들에게 노출된 수컷 초파리가 교미를 더 오래한다는 사실을 밝힌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연구진이 이번에는 이 과정을 조절하는 상세한 메카니즘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2013년 뉴런 12 월 호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UCSF의 재미 한인 과학자 김우재 박사가 이뤄낸 연구성과다. 그는 인맥구축서비스(SNS)상에서 '초파리 박사'로 통한다.

수컷에게 생존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 찰스 다윈은 주로 수컷들이 암컷을 두고 다양한 경쟁을 벌이고, 암컷의 선택에 따라 유전자 풀이 바뀌는 이 현상을 '성선택'이라고 불렀다.
성선택은 공작새의 꼬리, 다양한 종에서 보이는 구애행위 등의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유용한 이론이다.

연구진은 잠재적인 경쟁자들에게 둘러쌓인 초파리 수컷이 그렇지 않은 수컷보다 5 분 이상 교미를 오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행동에 'Longer-mating-duration(LMD)'라는 이름을 붙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LMD 를 유도하는 자극이 시각으로 충분하다는 것인데, 주변에 경쟁자들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초파리 수컷은 움직이는 빨간 점들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서 홀로 자란 초파리 수컷에게 거울을 보여주고 교미 시간을 측정한 결과, 거울을 보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거울을 보고 자란 초파리의 교미 시간이 훨씬 길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처럼 시각 자극만으로 발생하는 복잡한 초파리의 행동을 조절하는 최소단위의 신경회로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뉴로펩티드라는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조각과 그 수용체들의 조합에 의해 복잡한 행동양식이 조절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스크리닝을 통해 PDF 와 NPF 라는 두 종류의 뉴로펩티드와 그 수용체들의 조합에 의해 LMD 가 조절됨을 찾아냈다.

특히 이 신경회로는 초파리 뇌에 존재하는 10 만여개의 신경세포들 중 단 18 개의 신경세포만으로 이뤄져 있어, 복잡한 행동양식을 조절하는 최소단위의 신경회로를 찾는 최신 연구동향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김우재 박사는 인터뷰를 통해 "이 연구가 중요한 함의를 지니는 이유는 하등동물이라고만 생각하던 초파리가 자신이 처해 있는 사회적 환경을 인지하고 행동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즉, 초파리를 이용해서 사회성 행동양식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LMD 는 시각자극만을 이용하는 독특한 행동양식이고, 세계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행동양식을 이용하면 사회성에 대한 많은 지식을 알아 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회성 연구를 통해 개미나 꿀벌에서 보이는 진성사회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어쩌면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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