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선진화 ‘민영화 논란’에 삐걱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철도·의료·가스 등 공공 부문 선진화 정책이 '민영화' 프레임에 휘말려 초반부터 혼돈에 빠졌다.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선진화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 정부가 최근 4차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의료시장 개방 정책은 이미 야권에서 '의료 민영화 시도'로 규정하고 정치 쟁점화에 돌입했다. 아울러 정부가 수개월 동안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민간사업자에게 도시가스 국내 판매의 길을 터주는 '도시가스법 개정안'도 민영화 논리에 밀려 결국 반쪽짜리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선진화·불법파업 vs. 민영화 '단초'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의 각종 공공 부문 선진화 정책들이 잇따라 '선진화' 대 '민영화'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빠져 격렬히 충돌하고 있다. 특히 야권은 민주당, 정의당, 안철수 무소속 의원 등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KTX 법인 설립과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정책을 민영화의 '단초'라며 총공세를 펼쳤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는 민영화와는 무관한 경쟁체제 도입으로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는 선진화 정책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코레일이 지난 5일 발표한 '수서발 KTX 운영 최종 협의안'에 따르면 2015년께 개통할 수서발 KTX 운영법인은 코레일이 지분 41%를 갖고 나머지 59%도 민간자본이 아닌 공공자금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코레일이 지분 30%를 보유한다는 지난 6월 계획안이 민영화 논란에 휩싸이자 지분을 확대하고 민간에 매각되는 대안책이 포함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경영효율이 늘어 흑자가 날 것이며 이 경우 해마다 10%씩 신규 업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레일 노조는 철도 민영화가 결코 아님을 정부가 수없이 밝혔지만 민영화 수순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면서 9일째 불법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관계장관들에 이어 전날 박근혜 대통령도 수서발KTX는 공공자본으로 설립되는 자회사로 민영화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기간운송망의 공공성 포기는 절대 안 된다. 정부와 코레일이 지난 7월 일부 적자노선 운영포기와 철도운임 인상방안에 원론적으로 합의했다고 한다"며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공공성 확보와 유지는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이고 1차적인 목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과 '국토부의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면허발급 중단' '국회 교통위 산하 철도산업발전 소위원회 구성' 등 4개 안에 합의한 바 있다.
■민영화 논리면 법안도 '후퇴'
의료시장 개방 정책도 민영화 프레임 덫에 걸렸다. 야권은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의료 민영화 시도' '의료 영리화'로 규정하고 정치권 차원에서 이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 민영화를 우려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을 의료법 개정안으로 막겠다는 것.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정책 결정 영역으로 정치권 논의와는 무관하다며 강행 의지를 표출해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민주당 이목희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는 의료법 개정사항"이라면서 "의료법인에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산업자본에 길을 열어주기 위한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와 의료 영리화 시도는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의료 민영화 논리에 가세했다.
도시가스법 개정안은 '가스 민영화' 논리에 막혀 이미 반쪽짜리로 전락한 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국내의 민간 직수입업자 간 도시가스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인 이 개정안은 핵심은 배제된 채 민간 직수입업자의 도시가스 해외 판매만 열어주는 선에서 처리됐다. 민주당·정의당 등 야권과 가스공사 노조 측의 반대로 민영화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모두 삭제한 것.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법안에 동의했다"면서 "일단 (해외판매로) 물꼬를 트고 직수입업자 간 국내 판매를 가능하게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신아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