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원전 비리에 본때 보인 법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12 17:12

수정 2014.10.30 17:10

원전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훨씬 무거운 중형이 선고됐다.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원전비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지난 10일 원전 부품의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7억원을 받아 챙긴 한수원 부장 송모 피고인(49)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당초 구형한 8년보다 7년이 높은 것이다.

송 피고인은 앞선 공판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이들 형이 확정되면 20년의 실형을 살게 된다.

재판부는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원전의 핵심 부품 구매부서 책임을 맡고 있는 송 피고인의 죄질이 너무 무겁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행이어서 뇌물 수수형의 최고 법정 형량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은 지극히 옳다고 본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사익(私益)을 챙긴 피고인에게 솜방망이 처벌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검찰의 구형이 온정주의에 치우치지 않았나 지적하고 싶다. 원전비리를 저지른 피고인에게는 법정 최고형량을 구형해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법원도 중형을 선고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면 피고인이나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을 깊이 고민했다"고 전제한 뒤 "검찰의 구형량이 이례적으로 낮다고 판단해 재판부가 판단하는 형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통 검찰은 죄질보다 뇌물액수를 보고 판단할 때가 많다. 이번에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반성할 대목이다.

법원은 뇌물을 제공한 현대중공업 임직원 4명에게도 최고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불구속기소된 1명은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까지 했다. 뇌물공여자가 수사에 협조하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법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하겠다. 원전비리를 뿌리 뽑으려면 돈을 주고받은 사람 모두 일벌백계해야 한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에도 원전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을 주도한 JS전선 고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언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조그만 실수도 인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 원전이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를 보지 않았는가. 원전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에게는 2·3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