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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데뷔’ 이영표, 차분하고 날카로운 해설로 ‘눈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30 13:02

수정 2014.10.30 01:21



‘초롱이’ 이영표(37)의 해설위원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이영표는 3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알라모돔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평가전에서 해설위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경기에서는 한국이 멕시코에 0-4 패배를 당해 이번 북중미 평가전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14일 공식 은퇴를 선언하고 선수로서의 여정을 마감했던 이영표는 지난 16일 KBS 축구해설위원 계약 체결 및 위촉장 전달식에 참석해 정식으로 해설위원이 됐다.

위촉식 당시 이영표는 “칭찬할 것과 비판할 것이 있다면 칭찬을 먼저 하겠다”며 “잘하고 있는 것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칭찬을 통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비롯해 더 많은 것을 얻도록 할 것이며, 선수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영표는 이 말을 지켰다. 전반 초반 멕시코의 공격 점유율이 높을 때 한국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기 보다는 간간히 나오는 공격 찬스와 슈팅에 대해 칭찬했다. 전반 15분에 나온 이근호의 슈팅에 대해서는 “공이 어디로 올지 예측하는 능력은 이근호가 최고다. 또한 공간을 잘 활용한다”며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반 26분 박종우의 코너킥에 이은 이명주의 헤딩 슈팅에 대해서는 “좋은 크로스와 좋은 슈팅이었다. 리듬이 잘 맞아나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던 김신욱의 장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영표는 “김신욱은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몫을 해내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칭찬하는 어조였지만 이영표는 차분한 톤을 유지했다. 그는 쉽게 흥분하거나 들뜨지 않았다. 첫 해설답지 않은 노련함이 느껴졌다.

한국이 골을 넣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우리 진영 사이드에서 상대에게 1대1 상황을 허용하면 협력수비를 해야 한다”고 밝힌 이영표는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하기 위해서는 상대 선수들을 밀고 나와서 골대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골 찬스를 위해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움직임이 공간을 만드는 지름길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반에 멕시코가 두 골을 넣고 이날 경기를 맡은 심판들이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내리자 이영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주변 여건이 좋지 않지만 이 경기를 통해서 우리가 분명히 깨닫는 게 있을 것이다”며 “이것이 평가전을 치르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반을 마치고 하프타임에는 자신이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비춰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영표는 “선수들이 오늘 첫 해설이니 긴장하지 말라고 했다”며 “긴장했다기보다는 해설을 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몰라서 헷갈리는 것 같다”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후반 들어 한국의 공격이 쉽게 풀리지 않자 이날 함께 중계석에 앉은 이광용 아나운서는 “그라운드에 나가 뛰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영표는 “지금 몸이 만들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지만, 몸 상태가 좋다면 뛰고 싶은 생각이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한국이 후반 막판 멕시코에 연속골을 허용하자 이영표는 “얼마든지 경기에서 질 수 있다. 얼마든지 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투지가 보이지 않는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선수들을 칭찬할 때는 칭찬하되 바람직하지 못한 플레이가 나왔을 때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비록 한국은 멕시코에 패했지만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했던 선배로서, 형으로서 아우들의 경기를 중계한 이영표의 첫 해설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yl015@starnnews.com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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