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살며시 다가온 봄눈 같은 그대. 말 없이 미소 짓는 눈빛에 포근한 그리움." "알란 칼손은 다시 기어올라가 신발을 신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재킷 속의 지갑이 불룩하게 만져지자 이대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녀 감성이 물씬 풍기는 전문 시는 92세 오금자 할머니의 작품이고, 후문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 주인공이 생일에 양로원을 탈출하는 장면이다.
졸수(卒壽)를 넘긴 꽃보다 할배와 누님들의 기백은 어디서 올까. 항상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긍정적 사고와 평상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성큼 와있는 100세 시대에 칼손 할아버지와 마라톤까지 완주한 오 할머니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 24일 보험학회 창립 50주년으로 한·일 세미나가 열렸는데 고령화 이슈를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키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됐고 LPGA 언급도 있었다. 하지만 LPGA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아니라 장수리스크(Longevity), 연금.건강보험리스크(Pension), 세대간 갭 리스크(Generation), 고령화 리스크(Aging)의 약어로 100세 시대에 4대 리스크를 뜻하며 금융인들에겐 특별한(?) 용어다.
이날 제시된 LPGA 각종 수치들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공적.사적연금의 확충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입춘 절기로 봄은 왔지만 은퇴 세대들의 버팀목인 연금시장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형국이다.
사실 우리는 경제성장 일변도로 달려오면서 노후의 삶과 문화를 심도 있게 짚어볼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은퇴에 대한 의미와 질적 수준을 폄하시켜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 상수(上壽)세대에 걸맞게 노후 대비에 대한 새로운 가치 정립과 함께 사회적 합의도 시급하다. 노후는 피안의 불이 아니고 우리 세대의 몫이고 미래다.
세계 각국은 지금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의 은퇴가 다가오면서 은퇴대란 대비로 분주하다. 그간 다른 국가와 타인에 국한된 것이라며 외면했던 '은퇴'에 대해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그렇다면 은퇴 준비는 어떻해 해야 할까. 우선 마음부터 잡고 주변을 추스르기만 하면 절반은 성공했다.
조지 베일런트는 '행복의 조건'에서 첫 관문으로 긍정적 노화를 꼽고 있는데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들과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김영안 교수는 '행복 저글링'에서 5개의 공을 일, 돈, 건강, 관계, 자아라고 비유하고 이 중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행복에 이를 수 없다고 설명한다.
민족 간, 개인 간 처한 환경이 달라 '행복 저글링'도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 하나를 선택하면 단연 건강이다. 행복은 무엇보다 건강 속에 있고 또 다른 행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봄이다. 한때 '체력은 국력'이라는 구호에 익숙했던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운동과 함께 해외여행 상품인 '꽃보다 청춘통장'을 강추하고 싶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은퇴대란. 멈추면 보인다.
김준환 IBK연금보험 100세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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