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와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즐거움 이상의 가치를 더해준다. 그중 인류의 숭고한 문화자산을 돌아보는 세계유산 순례는 탐방여행의 대표 격이다. 세계유산은 현재 전 세계 160개국에 981점이 산재해 있으며,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삶과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들 유산의 형태는 독특하면서도 다양하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평원에서부터 이집트의 피라미드, 호주의 산호초와 남미 대륙의 바로크 성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귀한 인류의 유산이다.
■창덕궁과 종묘
창덕궁과 종묘는 수도 서울에 자리한 대표적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다. 조선의 역대 왕들은 이들 두 곳을 각별하게 여겼다고 한다. 특히 건축미를 자랑하는 창덕궁은 경복궁보다 오랜 세월 왕들이 거처한 궁궐이기도 하다. 나라의 공식적인 행사를 할 때 무대가 된 인정전은 웅장하면서도 왕실의 권위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왕실 여인들의 생활공간인 대조전, 왕이 업무를 보던 선정전, 왕세자가 공부하던 성정각, 조선의 마지막 황실 가족이 살던 낙선재 등 건물마다 그 내력과 야사가 담겨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창덕궁 후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창덕궁 곳곳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미와 풍수를 배려한 조경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종묘는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 추존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왕실의 사당이다. 단일 건축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정전을 중심으로 영녕전, 재궁 등 종묘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장엄미를 자랑한다. 주변 국립서울과학관을 비롯해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볼거리와 연계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아울러 인근 인사동, 광장시장은 미식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창덕궁 관리사무소 (02)762-8261
■문무대왕릉
경주시는 터키 이스탄불이나 일본 교토 등에 맞먹을 만한 우리의 대표적 천년 고도다. 경주 남산, 월성, 감포 등 그 어느 곳을 찾아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적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역사 속의 친숙한 왕들이 잠들어 있는 왕릉과 그들의 자취를 따라가는 탐방 코스는 더 각별하다.
경주 월성 산책로는 1500년 전 신라 지증왕의 발걸음을 따라 가는 길이다. 파사왕이 축성한 뒤 신라의 궁궐이 된 월성은 초승달 모양 지형에 지금은 숲과 잔디밭이 남았지만, 아름드리 솔숲을 거닐며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한때 월성의 주인이던 진평왕과 선덕여왕은 부녀지간으로 지금의 보문동과 낭산 자락에 묻혀 남촌 들녘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의 능은 양북면 봉길리 바다에 있다. 신문왕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화장한 뒤 모차골 산길을 따라 기림사를 거쳐 동해에 뼛가루를 뿌렸다. 신문왕은 문무왕릉과 멀리 떨어진 배반동에 묻혀 있다. 성덕대왕신종은 경덕왕이 아버지에 대한 효심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의 아들 혜공왕에 이르러 완성했으니 대를 이은 효심을 담아낸 것. 경주는 아름다운 겨울바다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싱싱하고 맛난 해물 요리가 근사한 미식 여행에 한껏 빠져들게 한다. 경주역관광안내소 (054)772-3843
■거문오름
제주도는 오름의 땅이라 할 수 있다. 화산섬 제주만의 독특한 풍경을 이루는 크고 작은 오름 수백개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중 거문오름(거문오름용암동굴계)은 용암이 만든 다양한 동굴과 분화구의 식생을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난 2007년 지정됐다.
거문오름은 용암이 빚은 동굴의 시작점이다. 탐방로를 따라 분출된 용암이 흘러가며 만든 용암 계곡과 동굴, 바윗덩어리로 된 지표면에서 바람이 불어 나오는 풍혈, 화산활동 당시 만들어진 화산탄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거문오름 탐방은 4개 코스로 1일 예약자 400명만 탐방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해설사와 함께 출발한다. 오름 입구의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조랑말의 역사를 배우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조랑말체험공원, 제주 여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해녀박물관을 비롯해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 여행도 제주 여행을 즐겁게 해준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064)710-8981
■해인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은 국내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중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 몽골과의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불안할 때 그 극복책의 하나로, 민심을 한데 모으는 불사가 그 유래인 셈이다. 부처의 일생과 가르침을 새긴 대장경은 8만4000 번뇌를 의미하는 8만4000 법문을 새긴 목판으로, 현존하는 대장경 중 가장 방대하고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과 더불어 그를 봉안한 장경판전 역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난 1995년 등재됐다. 장경판전이 있는 합천 해인사는 법보사찰로 꼽히는 천년 고찰이다.
근엄하면서도 기품 있는 사찰의 풍모가 여행객을 압도한다. 특히 병풍처럼 휘두른 가야산의 산세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대장경 제작 과정과 장경판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대장경테마파크와 해인사 소리길, 합천영상테마파크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해인사 종무소 (055)934-3000송동근 레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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