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건설 작업중 車에 치였다면..졸음운전자와 부주의한 사고피해자 과실
방호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도로건설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도로를 달리던 졸음운전 자동차에 치여 다쳤다면 건설사에도 배상책임이 있을까.
졸음운전자는 물론 건설사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을 것 같지만 법원은 가해자인 졸음운전자와 사고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월 11일 오후 1시께 최모씨를 비롯한 동양건설산업 근로자 3명은 영동고속도로 인천기점에서 신갈∼호법 간 도로확장공사 현장에 투입됐다. 최씨는 동료들을 작업현장에 차로 내려주고 먼저 이동해 갓길에 서 있었다. 건설사는 갓길을 차단한 채 공사를 하면서도 안전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갓길에 서 있던 최씨를 덮쳤다. 운전자인 이모씨가 졸음운전을 한 탓이었다. 이로 인해 최씨는 급성 뇌경막하출혈과 광대뼈골절 등의 중상을 입었고 정신기능 장애까지 얻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최씨에게 치료비 등 총 3억9860여만원의 보험급여를 지급한 뒤 이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졸음운전으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했고 이로 인해 사고 책임이 있다는 게 근로복지공단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이씨와 보험사인 동부화재해상보험은 "사업주인 동양건설이 갓길을 차단한 채 공사를 하면서 방호울타리 설치나 안전차량 배치 등 안전시설 설치 의무를 게을리해 발생한 사고인 만큼 건설사도 30%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갓길 차단 공사 때 설치해야 하는 '공사 중 천천히' 표지판과 안전차량 배치를 하지 않아 안전 조치가 다소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사고 시간이 점심 무렵이어서 시야장애가 없었던 점, 교통안전시설 등 설치·관리 규칙에 방호울타리 설치 내용이 없는 점 등에 비춰 졸음운전으로 갓길로 주행한 이씨의 과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발생할 것까지 해당 건설사가 예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도 건설사의 책임은 없다고 봤다. 다만 스스로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최씨의 과실을 추가로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는 "최씨가 차에서 내려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갓길에서 대기하면서 고속도로 위 차량의 운행 상황을 주시하며 급작스러운 갓길 운행에 대비했어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아무런 예방 조치 없이 주의를 소홀히 한 채 갓길에 서 있었던 과실이 일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