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중문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한라산 중턱에서 이색적인 호텔 하나가 지난 9일 개원식을 하고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호텔 이름은 위(WE). 물(Water)과 에너지(Energy)를 뜻하는 영어의 앞 글자를 하나씩 따서 지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일반 호텔과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없지만 이 호텔의 개원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병원과 건강검진센터, 치료·휴양·웰빙서비스를 결합시킨 일종의 메디컬 리조트이면서 국내 최초로 선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법인 한라의료재단(제주한라병원)이 6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WE호텔은 병원이 세운 호텔로서도 첫 사례다.
WE호텔의 개원에 주목하는 이유는 의료와 휴양을 접목한 융·복합 의료관광시대의 개막을 알린 첫 주자가 됐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메디텔(의료관광호텔)은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3월 1일부터 허용된다. 그러나 이 호텔은 숙박시설과 의료시설 및 휴양시설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메디텔보다 한층 발전된 단계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2011년 3월 시행한 보건의료 특례조례가 발판이 돼 일반 메디텔보다 진화된 형태로 문을 연 것이다.
의료서비스와 관광이 융합된 의료관광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시장규모는 2004년 400억달러(약 43조원)에서 2012년 1000억달러(약 109조원)로 약 2.5배가 커졌다. 성장성도 밝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는 의료관광산업의 시장규모를 2015년 1300억달러(약 140조원)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 우리나라도 교육·관광·금융·소프트웨어와 함께 보건의료를 핵심 미래 서비스 산업의 하나로 꼽고 적극 육성을 다짐한 상태다.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2012년 한국을 찾은 의료관광객은 세계의료관광객 5370만명의 0.3%에 불과했다. 메디텔 등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한다며 수차례 규제 완화를 약속했던 정부는 WE호텔의 사례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 130명의 직원에게 새 일자리를 만들어 준 이 호텔은 이미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 고소득층 해외 환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개관 행사에도 외국 고위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고 한다.
제주도의 땅값 상승률은 최근 2년간 전국 2위다.
인구도 작년 한 해 동안 1만2221명이 늘어 증가율(2.06%)에서 세종시에 이어 전국 2위다. 돈과 사람은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모인다. 풀 것을 과감히 풀고 일자리를 만들어 낸 제주도는 규제 완화의 모델이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