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대형마트 PB 가전 잇단 출시.. 중소 가전업체 고사 위기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형마트 PB 가전 잇단 출시.. 중소 가전업체 고사 위기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PB) 출시 붐이 중소형 가전 분야로까지 번지면서 국내 중소형 가전업체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에게 값싼 제품을 선보인다는 취지로 대형마트들이 활발히 전개해온 PB제품이 식품·생활용품에 이어 소형가전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중소가전업체들이 졸지에 대형마트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 게다가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산 저가제품에 밀려 PB시장에서조차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자제품 전문점 롯데하이마트가 지난 7일부터 소형가전 PB브랜드 '일렉시온'을 론칭한 데 이어 주요 대형마트들도 가전 PB를 확대할 태세여서 소형 가전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렉시온'은 무선청소기, 전기주전자, 믹서기와 같은 생활가전제품과 CD카세트, 이어폰, 리모컨 등의 오디오비디오(AV) 제품, 마우스, 유무선 공유기, 키보드와 같은 디지털주변기기 상품들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중소 전자제품기업들이 생산하는 품목이다.

■소형 가전사들 하청업체 전락

대형마트들은 PB가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자신들의 독자브랜드로 판매할 때보다 낮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대형마트는 생산자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납품단가를 함께 낮추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전자제품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관련 기능을 최소화한 PB제품과 풀옵션 성능을 갖춘 자사 제품을 동시에 대형마트에 납품했다"며 "판로 확보를 위해 단가가 낮아도 납품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마트 PB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지만 자신들의 회사나 브랜드명이 노출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거듭 실명 노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중국기업 독식 우려

그나마 대형마트들이 PB제품이라도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해준다면 다행이다. 일각에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PB제조사가 국내 기업에서 중국 기업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마트에서 이미용 기기 판매품목을 20% 축소하자 이 같은 의혹은 중소 가전업계에 정석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미용 기기 제조사 A관계자는 "이미용 기기의 경우 이익률이 낮아 현재도 국내 제조사들이 부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제조해 국내에서 조립하거나 완제품을 수입하는 형태로 대형마트에 납품해왔다"며 "앞으로 대형마트가 중국과 직접 거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온 소형 가전기업들에 대형마트는 그동안 지원군이었지만 이제는 점령군이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이미용 기기의 경우 홈쇼핑과 온라인몰 판매가 대형마트에 비해 월등히 높아 매출이 부진한 제품군이 많았다"며 "판매가 부진한 일부품목을 정리한 것일 뿐 PB제품 종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중 FTA가 중소 가전업체들에 기회보다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피해 확산 가능성도 제기했다.

PB는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이라는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반면 사후관리(AS)에 미흡하다는 점이 늘 지적돼 왔다. 중국 기업들이 생산할 경우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사후관리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한 소형청소기 업체 관계자는 "PB제품은 성능보다는 가격이 이슈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산 PB제품들이 저가 공세에 나설 경우 시장의 가격 질서 훼손은 물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김미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